지난 1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내정했다. 금리를 좀처럼 내리지 않는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면서 금리를 많이 내리는 인물로 신임 연준 의장을 내정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쳐온 트럼프였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 중 하나인 케빈 해싯의 연준 의장 가능성을 높게 보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케빈 워시를 낙점했다.
흥미로운 점은 케빈 워시 내정 이후의 금융시장 반응인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금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장기 국채 금리는 높아졌으며 주식시장 역시 숨고르기 양상을 나타내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에 외신에서는 트럼프의 의중과는 달리 매파 성향이 강한 워시의 내정이 돈 풀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낮추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매파 연준 의장의 내정,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는 2004년부터 마켓을 모니터링해왔다. 케빈 워시가 연준 이사로 재직하던 2006~2011년의 기간 동안에도 그의 발언들을 접해볼 수 있었는데,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모든 연준 위원들이 물가 제압을 위해 매파적인 발언을 했던 시기였기에 워시의 매파 본색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에는 뚜렷한 매파 성향을 나타냈는데 큰 충격 이후 약간의 회복이 나타나자 인플레이션 우려를 밝히면서 조기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가 하면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강하게 추진하던 2차 양적완화라는 돈 풀기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반대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많이 잊혔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강하게 진행되던 2022년에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자주 언급되었다. 당시 신중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다른 연준 위원들과는 달리 과감한 금리 인상을 통해 조기에 인플레이션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인물이기에 우리의 기억 속에는 ‘매파 중의 매파’로 새겨져 있다. 그러나 불러드는 그보다 더 이른 2015년 금리 인상기에는 제로 금리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함을, 그리고 많은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비둘기 중의 비둘기’ 이미지가 강했던 인물이다.
현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인 닐 카시카리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해야 함을 연일 강조하면서 통화 정책에 있어 매파적인 스펙트럼을 드러내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2010년대 중반에는 불러드와 더불어 대표적인 비둘기로 인식되었던 바 있다. 과연 이들은 매파일까? 비둘기파일까? 아니면 시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유연하게 바꾸는 인물들일까? 필자는 과거의 정책 스탠스가 현재에도 무조건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참고로 현재 미국의 재무장관인 스콧 베선트를 보자. 베선트는 전임 재무장관이었던 재닛 옐런이 장기 국채 발행보다는 단기 국채 발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본인이 재무장관이 된 이후에도 옐런 재직 당시 진행되던 단기 국채 발행을 줄이지 않고 있다. 그 인물이 처한 상황, 그리고 그 인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가 이런 정책의 변화를 주는 것 아닐까?
현재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수요가 극도로 약했던 2010년대와는 달리 생산성 혁명이 만들어낼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생산성의 개선은 동일한 단위 비용으로 보다 많은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는 성장을 자극하면서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과거 1990년대 이런 상황이 이어졌고, 이에 미국 경제의 성장을 확인하면서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임 연준 의장으로 그린스펀과 같은 인물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연준 이사 당시와는 다른 경제 상황하에서 케빈 워시는 그대로 매파적인 행보를 이어갈까? 상황이 바뀐 만큼 유연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두어본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