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정부 유감 표명 당일 담화 발표
김여정 “남부 국경 전반에 대한 경계강화 조치”
전문가 “9차 당대회서 ‘두 국가’ 물리적으로 강화”
청와대 “평화 만들기 위한 노력 남북이 함께 하길”
지난 1월 1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주장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명백한 것은 한국발 무인기가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라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정부의 무인기 침투 유감 표명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적국과의 국경선은 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정부의 유감 표명에 바로 호응한 것으로 남북 간 긴장 완화 관련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적국 등을 언급함으로써 ‘적대적 두 국가’ 기조는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부는 접경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삼가고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남북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18일 담화를 통해 “한국 통일부 장관이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한 한국 측의 무인기 도발 행위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다시 한번 유감과 함께 재발 방지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8일 정부 차원의 유감을 표명하고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 추진 등을 재발 방지책으로 내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의 담화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로 평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남북이 불안정하지만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한 것”이라며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정 장관의 브리핑 직후 나온 것으로 적대행위 종식에 대한 남측의 입장이 김 부부장의 담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동시에 두 국가 기조를 강조했다. 그는 “그 주체가 누구이든, 어떤 수단으로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에 대한 침해 행위가 재발할 때에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위협이 아니라 분명한 경고”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주권 침해 도발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담보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 자체의 보존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 군사지도부는 한국과 잇닿아있는 공화국 남부 국경 전반에 대한 경계 강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적국과의 국경선은 마땅히 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이듬해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방벽과 철조망, 지뢰매설 등의 남북 단절 조치를 해오고 있다.
김 부부장은 무인기 관련 담화에서 ‘공화국 영공·주권 침해·남부 국경’ 등 남북을 국가 대 국가로 규정하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경을 침범했다는 프레임을 통해 남한을 통일의 파트너가 아닌 적대적 타국으로 고착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대적 두 국가 기조는 조만간 열리는 북한 9차 당대회에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당대회에서 기존 선언적 의미의 적대적 두 국가를 물리적·외교적·군사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내에서는 이번 당대회에서 두 국가 기조 강화를 피할 수 없다면, 북한이 적대성이라도 완화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 적대성이 배제된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의 경우 남북이 교류할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힌 것에 유의한다”며 “재발 방지 조치들은 남과 북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므로 정부는 이를 책임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재발 방지 조치 중 하나인 9·19 군사합의의 비행금지구역 복원되면 대북 감시·정찰 역량이 축소된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군사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보안 대책을 강구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 선제적 추진’등의 내용이 담긴 무인기 침투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