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9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유죄를 인정했다. 지당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내란 공범이자 종범 격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앞서 유죄가 선고됐다. 그런데도 많은 시민이 가슴 졸이며 이날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장이 다름 아닌 지귀연 판사이기 때문이었다.
3200명이 넘는 대한민국 법관 가운데 지 판사만큼 유명한 사람이 있을까. 내란 사건 본류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인 그는 공판 내내 구설과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3월7일 지 판사는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결정해 시민들을 공황 상태로 내몰았다. 구속 기간을 날짜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동원했다. 간난신고 끝에 윤석열을 체포해 구속기소한 지 40일 만이었다. 지 판사는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고, 검찰에 신병을 이전하며 인치를 거치지 않아 수사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윤석열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그뿐 아니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윤석열이 법정 지하통로로 입장할 수 있게 편의를 봐줬다. 재판 진행은 한 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했다. 공판마다 윤석열과 김용현 전 장관의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지 판사는 웃음 띤 얼굴로 방치했다. 경직된 형사법정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내란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을 다루는 재판이 과연 이래도 되는 건지 우려와 분노가 컸다.
그렇게 시민들의 부아를 키우고 뒤통수를 쳐오던 지 판사가 이날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로 윤석열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고, 검찰의 기소가 위법하지 않다고도 했다. 지 판사를 구세주처럼 떠받들던 ‘윤 어게인’ 세력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윤석열 측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1년간 수십회에 걸친 공판은 요식행위였나”라고 반발했다. 처음부터 중형 선고를 염두에 둔 지 판사의 ‘큰 그림’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판사가 와도 윤석열에게 무죄를 선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정 고유명사를 알게 되면 사람들은 그 이름에 정보를 축적한다. 지 판사의 향후 판결과 행보를 지켜보는 눈이 많을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윤석열 1심 선고 공판에서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