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진정으로 예견한 소설은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이 아닐까. 이 소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피고도 뭐가 뭔지 모르고 그를 심판하는 판사들도 뭐가 뭔지 모르지만 사건은 가차 없이 진행된다. 카프카의 또 다른 위대한 소설(<성>)에서 주인공 K가 그의 운명을 지배하는 권력의 중심에 집중하려 하지만 전혀 접근도 못하고 작은 단서조차 얻지 못할 때 그의 시선은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성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포식자들의 시간>, 을유문화사
정치평론가이자 소설가인 줄리아노 다 엠폴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같은 기술 정복자들을 새로운 포식자로 일컫는다. 인공지능(AI) 시대, 민주주의의 틈을 파고든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신흥 권력자로 떠올랐다. 이 문제적 정치 에세이에서 주목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권력의 이동이다. 맹목적인 확신과 역사 감각의 결여 속에서 기술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지배층의 사고방식이 더 근본적인 위협이라고 진단한다. 신랄한 묘사와 통찰로 현시대를 포착하는 저자는 이미 도착한 현재를 직시하고 깨어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