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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관세가 위법이라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 주요국들은 대체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미 정부의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윌리엄 베인 영국 상공회의소 무역정책 책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영국 기업에 더 나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해 미국과 관세 인하에 합의하면서 대신 거액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대미 투자를 이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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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위법판결에 주요국들, 대체로 신중···재협상 가능성 제한적

입력 2026.02.22 16:17

  •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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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대법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대법원.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관세가 위법이라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 주요국들은 대체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미 정부의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관세’ 15%로 기존에 미 정부와 합의한 것보다 관세가 인상되는 결과를 마주한 영국·호주 등으로부터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500억달러(약 797조원)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합의대로 대미 투자를 이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영국 정부가 “특권적 무역 지위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양국간 합의가 여전히 유효한지 여부는 “미국이 결정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22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판결이 영국과 나머지 세계의 관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 위해 미 행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해 5월 무역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10%로 조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요구한 글로벌 관세 15%가 적용될 경우 영국은 기존 합의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10% 수준의 관세를 합의한 호주 역시 영국과 같은 상황이다. 윌리엄 베인 영국 상공회의소 무역정책 책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영국 기업에 더 나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해 미국과 관세 인하에 합의하면서 대신 거액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대미 투자를 이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위법 판결로 미일간 합의의 근거가 흔들리지만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안정적 관계 유지를 위해서도 합의를 중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아사히에 “일본에도 이익이 있는 것을 (투자 프로젝트로) 선정했다”면서 미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투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이 상호관세와 자동차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대신 일본이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자동차나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는 이번 판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일본 정부에서도 “대미 투자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일단 추이를 조용히 관망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판결에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 수단으로 고관세 정책 유지를 표명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다면 배로 당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기존 협상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9일 미국과 상호관세율 19%와 팜유 등 일부 품목 무관세에 합의한 인도네시아의 무역협상 대표인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은 미국에 인도네시아산 팜유 등에 대해 이전에 합의한 무관세를 유지할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이를랑가 장관은 최근 상황 변화에도 양국 무역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와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미국과 상호관세율 19% 등에 합의한 필리핀도 “미국은 중요한 무역·투자 파트너”라면서 미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강경하게 대응해온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연합(EU) 주요국은 EU 차원의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AP통신은 올로프 길 EU 무역대변인이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미 행정부가 취하려는 조치들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긴밀히 접촉 중”이라면서 관세 인하를 계속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EU는 지난해 7월 EU 회원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을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6000억달러(868조2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미 정부의 상호관세 조치가 “적어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니콜라 포리시에 프랑스 대외무역 담당장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EU에는 미국에 반격할 도구가 있다고 말했다. FT는 EU의 선택지에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ACI는 서비스와 외국인 직접투자 등 무역을 제한하는 강력한 보복 수단이다. 다음주 방미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방문에 앞서 관세 문제에 대한 “매우 분명한 유럽의 입장”을 수립하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FT는 21일 국제 통상 및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각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무역협정을 되돌리려고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법적 문제와는 별개로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사회에서 협상의 지렛대를 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번복하려는 국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산업의 고율 관세 부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EU와 일본, 한국처럼 주요 산업이 보복 위험에 노출된 국가와의 무역협정은 재협상이나 파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태도와 별개로 기업별로는 이미 납부한 상호관세에 대한 반환 요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포브스는 전 세계의 약 1000곳 이상 기업이 관세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코스트코, 리복, 푸마, 파타고니아, 유니클로, 도시바 등 유명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2월 14일 기준 이들 기업이 환급받을 수 있는 관세가 1335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기업들로부터 관세 반환 청구권을 매입하고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관세를 최초로 낸 기업이 아닌 금융회사가 전액을 반환받고, 그 대가로 금융회사는 기업들이 낸 관세의 일정 비율을 선불로 지불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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