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는 ‘시간과의 싸움’
질환별 치료 가능 기관 등 파악
급박한 환자 효율적 매칭 핵심
의대 증원 최우선 목적은 명확해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양성’
27학년도는 복학생 수 등 고려
다른 해보다 80% 수준으로 증원
이달 말 지역의사제 하위 법령에
구체화된 교육·수련 체계 담겨
국립대병원이 컨트롤타워 역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보건복지 현안’과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미수용) 해결을 위해 정부가 시행을 준비 중인 시범사업안과 관련해 “지역별 이송지침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최근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일부 권역에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수용이 어려운 중증 응급환자에 대해 구급대원이 일일이 병원에 전화해 수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복지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한 뒤 이송 병원을 선정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역 인근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응급의료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는 최종치료 역량과 응급실의 지역 분포가 부족하다는 점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매칭하느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청·응급의료기관·지자체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지역별 이송 지침을 마련하고, 시간을 다투는 중증 환자는 광역 단위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0월부터 복지부·소방청이 참여하는 ‘응급의료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정 장관은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단일 해법보다는, 각 지역의 응급 자원 특성을 파악해 그에 맞는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관별 정보를 연계해 지역 내 이송 지연과 미수용 사례를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해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역응급의료위원회가 지정한 ‘우선 수용 병원’이 미수용 환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의료진 부족 등으로 수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전국 단위로 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없던 것을 새로 만든다기보다 해오던 것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 지역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 결정이 마무리된 데 대해서는 “지역·필수·공공의료에서 일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정 장관과의 일문일답.
-지난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결정됐다. “과학적인 근거와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말한 것은 어떤 뜻인가.
“7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의사 증원을 왜 하는지, 어떤 원칙과 기준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초반 두 차례 회의에서 모든 위원의 동의로 5개 심의 기준을 먼저 확정했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추계 모델과 결과를 설명했고, 위원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하는 데만 초반 2~3주를 썼을 정도로 추계 결과를 존중하려 했다.
(증원 규모)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추계위에서 제시한 여러 모델들을 추려나가며 위원들이 의견을 모은 결과다. 거의 모든 위원이 7차례 회의에 전부 참석했고, 회의록뿐 아니라 속기록까지 공개하기로 1차 회의에서 합의했다.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데 위원들이 의견을 모으면서부터 회의를 시작했다.”
-증원 논의에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의대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미래 의료 정책 여건 변화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의료계는 24·25학번 더블링으로 인해 교육 여건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고, 수요자 측 위원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개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5년 안에 기초의학과 임상실습을 담당할 전임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군 복무 중인 24·25학번 약 770명이 복학하면, 27학년도 증원 인원과 함께 6년간 동시에 교육을 받게 된다. 이런 점을 종합해 2027학년도 증원 규모는 다른 연도의 80% 수준으로 조정했다.”
-교육 여건 개선은 어떻게 지원할 계획인가.
“교육부는 시설·장비·인력 지원을 맡고, 대학별 협의체를 구성해 교육 여건을 점검·개선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지역의사제 교육과 수련 체계를 구체화하는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달 말 확정될 지역의사제 하위 법령에 관련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지역의사제 지원센터를 통해 의대 교육부터 전공의 수련, 지역 근무 이후 경력 관리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또 국립대병원 이관 법이 통과되면서 국립대병원이 지역 교육·수련 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립대병원 중심으로 교육과 수련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복지부가 포괄적 지원을 하려 한다.”
-의대 증원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왜 지금에서야 결론이 났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 당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사 도입을 하는 방식으로 늘리려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의료계 반대가 더해지며 유예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절차와 방식 문제로 인해서 와해됐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의 의사결정이 이뤄졌다고 본다. 또 하나는 그 기간 동안 지역의료 상황이 더 악화됐다. 환경변화와 그간 정책 경험들이 쌓인 결과다.”
-이제는 의사가 ‘얼마나’ 부족하느냐보다, ‘어떤’ 의사가 부족한지에 대한 논의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같다.
“이번 정부의 의료 정책 방향은 ‘누구든지, 언제나,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기본의료와 같은 개념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다. 이번 보정심을 통해 의사 증원의 목적을 ‘지역·필수·공공의료에서 일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한다’는 점으로 명확히 했다.
지역은 인구 감소로 환자가 줄고, 민간 중심 구조에서는 환자가 없으면 의사가 떠날 수밖에 없다. 필수의료는 의료사고 위험과 낮은 보상으로 기피 현상이 심하다. 인력이 없으면 시설·장비 확충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 지역의사제라고 본다.”
-지역의사제와 관련해 ‘입시 과열’ 조짐도 보인다.
“제도의 취지는 지역에서 자란 사람을 선발해, 이들이 교육과 수련을 거쳐 해당 지역에서 일하며 지역의 건강·환경·문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있다.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서 지역에 정주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입시 전략으로 생각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의사인력 양성 규모와 교육현장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실무를 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낀 지역의료의 취약점은 무엇인가.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는 1차 의료를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정 갈등으로 전문의 배출이 줄면서 최근 2년 사이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이 크게 줄었다. 공보의 대신 현역병 입대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의료취약지 1차 의료 인력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건강보험 제도는 행위별 수가제다. 환자가 와야 수가가 발생한다. 응급이나 분만처럼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필수의료 영역은 환자가 없더라도 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 수가를 인상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유지 비용을 충분히 보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나.
“교육과 비교해보면, 공교육 체계 안에서는 지역 인구가 줄어 학생 수가 감소해도 일부 통폐합은 하지만 학교 자체는 유지된다. 교육과 의료 모두 필수 서비스지만, 교육은 유지를 국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교사에 대한 월급이나 학교 유지 비용을 국가가 다 부담하고 있는데, 의료는 그렇지 않고 민간 영역에서 공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구 수가 줄면서 그 지역의 인프라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느냐가 숙제가 되는 것이다.”
-한국 의료 체계가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는 인구구조 변화다. 초고령화로 의료 이용과 의료비가 증가했고, 돌봄 수요도 복합적으로 늘었다. 둘째는 저출생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성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 셋째는 지역 인구 감소다.
여기에 행위별 수가제, 치료 중심 건강보험 체계 등 기존 제도의 한계가 겹쳐 있다. 행위 기반 치료 중심 구조에서는 예방 투자에 소홀해지고, 의료 과다 이용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다. 민간 중심 공급 체계 역시 공공성 강화에 제약이 있다. 이런 구조적 한계가 누적되면서 문제들이 드러났고, 이를 보완할 새로운 의료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해법을 담은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응급의료의 특성은 시간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암과 달리, 응급 환자는 몇 시간 안에 병원을 결정해야 한다.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환자를 제 시간 안에 제한된 응급의료 자원과 매칭해서 매 순간 돌아가게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구급 단계, 응급실 단계, 최종 치료 연계 단계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 중 어느 한 단계에서 병목이 생기면 문제가 발생한다. 환자는 계속 유입되는데 최종 치료가 지연돼 병상이 비워지지 않으면 응급실이 막히게 된다.
하지만 전국 모든 지역에서 24시간 모든 응급환자를 치료할 자원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매칭하느냐가 핵심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최종 치료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역별 이송 지침’은 기존 지침과 무엇이 다른가.
“지역 내 병원별로 어떤 응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지, 주중·야간·휴일 근무 인력은 어떠한지 등을 사전에 응급 자원 조사를 통해 파악한다. 심뇌혈관 질환, 분만 등 질환별로 치료 가능 기관도 더 자세하게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119 구급대원, 응급의료기관, 지자체가 참여하는 협의체 논의를 거쳐 지역응급의료위원회에서 이송 지침을 마련한다. 전체 응급 환자의 다수는 사전 지정 병원으로 이송한다.
미수용 사례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분석을 해서 왜 이송 지연이나 부적절 이송이 생겼는지 파악한다. 구급대원이나 의료기관에 피드백이 필요할 수도 있고, 아예 지역 전체에 그 질환을 볼 수 없는 병원이 없다고 하면 다른 권역에 의뢰를 하거나 의료기관을 만들 수도 있다. 지역 의사회와 협의를 하면서 지역 내 응급 의료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에서 전국을 다 맡을 수는 없다.”
-지역 내 해결이 어려운 경우는 어떻게 하나.
“권역 응급의료 상황실이 우선 조정하고, 해결이 어려우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전국 단위로 병원을 조정하는 구조다. 현재 논의하는 것들은 없던 것이 새롭게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지역에서 그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최종 치료 역량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나.
“상급종합병원과 포괄 2차 병원이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핵심 기능으로 수행하도록 지정·평가 체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성과 보상에서도 중증 응급환자 치료 실적과 역량을 평가 요소에 포함하려 한다. 내년도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성과 보상에 이런 방향을 반영할 예정이다.”
-취임 이후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나. 향후 6개월 계획은.
“지난 6개월은 제도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였다. 지역의사양성법(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국립대병원 이관법(국립대학병원 설치법 등 관련 법률), 지역필수의료법(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 등 주요 법 개정에 집중했다.
올해는 하위 법령을 정비하며 제도 시행을 준비하는 단계다. 공공의대법과 환자 기본법, 의료분쟁 조정법, 의료사고 안전망 법, 응급의료법 등이 상반기 중 개정되면 지역·필수·공공의료에 대한 법적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다. 관리급여 제도에 따른 비급여 정비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포함해 지역·필수·공공의료 로드맵을 정리 중이다. 의료혁신위원회와 보정심 심의를 거쳐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올해의 중요한 숙제다.
복지 분야에서는 통합돌봄 안착이 가장 큰 과제다. 통합돌봄 플랫폼을 중심으로 의료·복지 서비스를 연계하고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준 중위소득 개편,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를 포함한 연금 구조 개혁 방안 마련도 올해 주요 과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