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있는 교복나눔장터에 중고 교복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고귀한 기자
교육 당국이 교복 상한가를 정해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데도 학생·학부모는 교복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교복값 문제를 지적한 데 따라 전국 학교들의 교복비 현황을 전수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지난해 전국 40개 중·고등학교가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복 만족도 설문 결과를 살펴보니 교복 품질에 비해 가격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들이 눈에 띄었다. 교복 구입·수선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것에 대한 불만도 누적됐다. 교육부는 교복비 전수조사를 통해 학교마다 교복 품목과 가격이 어떻게 형성돼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전남 목포 소재 A 중학교는 지난해 교복 바지가 불편하다는 민원을 다수 받았다. 설문에서 한 학생은 “겨울용 바지 재질이 너무 까끌거려 단독으로는 절대 못 입고 다른 바지를 받쳐입어야만 한다”고 했다. 1학년 학부모도 “직접 착용해봤을 때 거친 원단을 하루종일 입고 있어야 하는 건 매우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교복 품질에 비해 가격이 과도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 학교는 동복 23만2000원, 하복 10만원으로 총 33만2000원에 교복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전남교육청의 교복 권고 상한가는 34만4530원(동복 24만5000원, 하복 9만9000원)이었는데 상한가에 불과 1만2000원 못 미쳤다. 한 학부모는 “하복 바지는 일반 반바지랑 비슷한데 한 벌에 5만원이나 주고 사서 너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전남 지역에선 교복 지원금을 노린 교복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높은 가격에 입찰에 나선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나라장터 입찰 결과를 비교해보면 A 중학교 등 전남 지역의 낙찰가는 32만~34만원 수준으로 상한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반면 인근 광주의 학교들은 17만~20만원 수준의 낙찰가를 형성했다.
광주 B 중학교는 학생들의 교복 만족도가 47.6%에 그쳤다. 재질과 교복 활용도에 교복이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마산의 C 고등학교 1학년 5명 중 1명(23.2%)도 교복 가격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질과 디자인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교복값이 20만원 이하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교복 가격 책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충남의 한 교복점은 지난해 2학기 기준 D 중학교의 겨울용 교복 상·하의 한 벌을 8만5500원에 판매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는 같은 옷의 단가가 12만3000원으로 책정됐다. 불과 4개월 만에 가격이 약 44% 올랐다. 여름용 교복은 5만7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올랐다. 교복비 지원금 32만원을 지원받는다고 하더라도 계절별 상·하의를 한 벌씩 추가하면 24만6000원을 추가 결제해야 한다.
학교마다 착용 규정에 따라 만족도도 차이가 컸다. 서울의 E 고등학교는 하복 대신 생활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생활복 하의도 긴바지, 반바지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체육복 등 다른 바지와 교차 착용이 가능하도록 선택지를 주고 있어 학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의 한 중학교는 학생 생활규칙 상 학교에서 맞춘 플리스 외에 사복 외투는 허용하지 않기로 정했다. 학생들은 설문에서 “학교 플리스는 무겁고 별로 따뜻하지 않다”며 “애들이 아무리 추워도 입기 싫은 플리스 대신 맨투맨만 입고 있다. 교칙에 맞게 교복을 입어야 하는건 맞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부실장은 “동복 기준 학교 주관 구매 평균 금액은 충북이 24만2160원으로 가장 높고, 광주가 16만253원으로 가장 낮다”며 “지역별로 학교 주관 구매 평균 금액 격차가 왜 이렇게 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