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후에도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온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이용해 관세를 “재건할 수 있다”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파트너 국가들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 권한이 의회에 있음을 분명히 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에도 계속해서 관세를 ‘무기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어 대표는 22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유럽연합(EU) 등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이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에 긴급 회의를 열고 있다는 진행자 말에 “그들이 내부 회의를 여는 것은 완전히 정상적인 일”이라면서도 “무역 협정은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관세가 부과될 것이란 전제 하에 체결된 것이며, 우리는 파트너들이 협정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EU 등과 통화했고 다른 나라들과도 곧 통화할 예정”이라면서 “아직까지 합의를 철회하겠다고 말한 나라는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2025년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그리어 대표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해 관세를 “재건하는” 일에 착수했다면서, 301조에 따라 “브라질과 중국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상대로 과잉 생산 능력에 대한 조사도 시작할 예정”이라며 “그들은 소비할 양보다 더 많이 생산하며, 기본 경제 원리를 따르지 않고 단순히 공장을 짓고 고용을 유지하려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또한 “불공정 무역관행과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 쌀 농가를 죽이는 해외 쌀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재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앞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 20일 성명에서 301조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한국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미국이 휘두를 관세 ‘무기화’의 위력에 대해 여전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무효화로 3월 말~4월 초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이 약화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2018년부터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왔으며, 현재도 중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약 40%”라며 “필요하다면 활용할 다른 수단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 무역 상대국들과 접촉해 왔으며 모두 기존에 체결된 무역 협정을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부과하겠다고 밝힌 ‘글로벌 관세’ 15%가 232조·301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 조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122조는 영구적 조치라기보다는 일종의 가교 역할”이라며, 의회의 승인 없이 122조를 발동할 수 있는 시한인 5개월이 지난 후 232조와 301조에 따른 관세 조사가 완료되면 “더 이상 122조가 필요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32조와 301조에 따른 관세는 트럼프 1기 이후 4000건 넘는 소송을 견뎌냈다”면서 “결국 기존과 동일한 관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