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피부질환인 건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
만성 피부질환 ‘건선’이 재발하는 원인이 세포 내 비정상적인 변화 때문임을 밝혀내 이를 탄소 나노입자로 정밀치료하는 방법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조미라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방철환 교수 연구팀(김태호 대학원생)은 건선의 근본 원인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에 관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나노생명공학저널(Journal of Nanobiotechnology)’에 게재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동물과 실제 건선 환자의 면역세포 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건선의 재발 및 치료 기전을 분석했다.
건선은 피부에 붉은 발진과 각질이 생기고 가려움과 통증이 반복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피부에 지속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탓에 재발과 악화가 반복되기 쉽다. 특히 ‘CD8 조직상주기억 T세포(CD8 TRM)’라는 면역세포는 피부 조직 안에 오래 머물며 염증을 기억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겉으로는 증상이 사라져도 이 세포가 남아 있다가 다시 염증을 일으키면서 증상이 자주 재발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해당 면역세포가 ‘IL-17’이라는 염증 유발 단백질(사이토카인)을 많이 분비하면서 병이 악화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건선 환자의 CD8 TRM 세포에선 그 내부에서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미세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변해 있었다. 이에 따라 나타난 활성산소의 과도한 증가와 산소 소비 능력의 저하가 결국 염증을 유발하는 IL-17 분비를 촉진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구진은 ‘나노그래핀옥사이드’라는 탄소 기반 나노물질을 활용했다. 나노물질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 크기로, 세포 안으로 정밀하게 들어가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이 물질을 세포에 전달하는 실험 결과, 건선 관련 면역세포에선 증가해 있던 활성산소가 감소하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회복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염증을 유발하고 관련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은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나노그래핀옥사이드가 단순히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정상화시켜 염증의 근본 신호를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선 증상을 일으킨 실험동물(생쥐)과 실제 건선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면역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됐다. 나노그래핀옥사이드를 투여할 경우 염증 관련 세포가 줄어드는 등의 효과를 보였으며, 실제 동물 피부의 건선 병변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미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선의 재발을 일으키는 CD8 TRM 세포의 대사 이상을 미토콘드리아 단계에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단순히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질병을 반복시키는 근본 신호를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