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영원무역 제공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그룹의 성기학 회장이 본인과 딸 등이 소유한 계열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 지정을 장기간 피하다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시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82곳의 계열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성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집단 영원 동일인(총수)인 성 회장은 자료를 제출하면서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를 비롯해 딸과 남동생, 조카가 소유한 회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빠뜨렸다. 특히 성 회장의 두 딸이 소유한 래이앤코, 이케이텍, 피오컨텐츠는 영원무역홀딩스, YMSA 등 영원의 주력 계열회사와 거래 관계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 회장이 누락한 회사의 자산 총액은 3조2400억원으로, 공정위가 동일인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를 적발한 건 중 최대 규모다.
기업집단 영원은 늦어도 2021년에는 공시집단으로 지정됐어야 했지만, 자료 누락으로 2024년에 이르러서야 처음 지정됐다. 미지정 기간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나 공시의무 등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집단 영원이 공시집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기간 동안 이 회장이 둘째 딸 성래은 부회장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등 경영 승계 과정이 공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성 회장이 1974년 창업 이후 기업집단 영원의 동일인이자 지주회사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오랜 기간 재직해온 만큼, 계열회사 범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15년 이상 공정위에 지주회사 사업 현황을 보고해 온 점도 고려가 됐다.
이번 사건은 자산총액 5조원 미만 기업에 적용되는 간소화된 지정자료 제출 중 발생한 계열사 누락의 책임을 물어 동일인을 고발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기업의 자료 제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받는 간소화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나 자료 누락에는 엄중히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취임 후 자료 제출 누락을 이유로 고발된 총수는 성 회장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