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단체 옥스팜, 한국 불평등 분석한
‘2026 옥스팜 도넛 리포트’ 발간
14년간 하위 20% 공적이전소득 10%P 줄어
한국 다주택자 상위 20%가 전체 주택 자산의 78%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4년간 소득 상위 10%가 번 돈은 하위 40% 전체가 번 돈의 2배에서 4배 수준으로 더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가장 빈곤한 하위 20%의 공적 이전 소득은 약 10%포인트 감소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커졌지만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야 할 몫은 줄어든 것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코리아는 23일 한국의 불평등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인 ‘2026 옥스팜 도넛 리포트’에서 이 같은 통계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먼저 “한국의 자산 불평등은 부동산 자산이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기준 상위 20% 가구가 전체 순자산의 63.1%를, 다주택자 상위 20%가 전체 주택 자산의 78%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2022년 이후 부동산값이 오르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고가 주택 가격이 더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도 커졌다. 상위 10%와 하위 40%의 소득 격차는 2009년 2.4배에서 2023년 4.1배로 더 확대됐다. 비정규직은 2003년엔 정규직 연봉의 62%를 벌었지만, 2024년엔 53.9%만 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자의 상대임금은 2005년 70%에서 2023년 58.7%로 18년간 11.3%포인트 줄었다.
2023년 기준 한국에서 소득 하위 50% 노동자의 연평균 소득은 858만원으로, 이들이 소득 상위 0.1% 노동자의 1년 연봉(14억2000만원)을 벌려면 무려 165년 동안 일해야 한다. 같은 연봉을 벌기 위해 여성은 남성보다 130일, 중소기업 노동자는 대기업 노동자보다 220일,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267일 더 일해야 한다.
한국은 대표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3.9%)보다 33% 낮은 28.9%에 그친다. 국민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 비율로, 한 나라의 조세 부담을 가늠하는 지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은 OECD 평균의 72% 수준이다.
재분배 지표도 뒷걸음질 쳤다. 가장 빈곤한 하위 20% 가구의 공적 이전 소득은 2009년 45.2%에서 2023년 35.8%로 약 10%포인트 감소했다. 옥스팜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 이유로 한국의 공공지출이 정규직 중심의 사회보험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자가 늘어나는데도, 복지 지출이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안정적 고용과 소득을 보장받는 계층에게 상대적으로 공적 복지가 더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한국 정부에 “하위 40%에 대한 공적 이전을 늘리고 OECD 평균 수준으로 공공사회 지출을 확대하면 불평등은 단기간 내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청와대와 경제부처에서 불평등의 원인, 영향,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전담 기구를 운용하고, 국회는 불평등 증가와 조세부담률을 연계한 ‘불평등 자동 조정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