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23일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의 국내 영향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를 통해 (글로벌 관세를) 상호관세와 같은 15%로 올린다면 (상황) 변화 가능성이 적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대미투자특별법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방대법원 판결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전 세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15%로 상향했다. 예고대로 시행되면 기존 한국에 적용되던 상호관세 15%와 동일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구 부총리는 또 “만약 (글로벌 관세율이) 15%로 올라간다면 저희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기본관세가) 0%이기 때문에 (기본 관세가) 2.5%인 나라보다 유리하다”며 “FTA 체결국으로서 그 부분만큼 적어도 룸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는 2.5%다. 글로벌 관세가 기본 관세에 더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구 부총리는 다만 “그것(글로벌 관세율)도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품목관세 범위를 주요 대미 수출품인 반도체, 의약품 등으로 확대할 우려에 대해선 “그동안 비관세 된 부분이 15%로 올라가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은 미국에 문제를 제기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23일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구 부총리는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미국과 합의한 대미투자특별법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이 차질을 빚으면 “미국에서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이행을 하지 않는다고 또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별법이) 절차대로 진행되는지 안 되는지 미국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의 책임은 여당에 있고 정부의 대응책도 미흡하다고 공세를 펼쳤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법을 안 만들어서 (미국과 합의 이행에) 늦었다고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나라 대통령도, 여당도 국회 탓을 했다. 국회 탓을 하면 여당 탓이 되는 것”이라며 “야당은 발목 잡을 힘도 없다”고 했다. 윤영석 의원은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한 사전 예측력이나 동향에 정부가 부족했고 앞으로의 대응도 내용이 상당히 빈약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로 다급하기 때문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저자세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정부가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미국과의 합의를 유지하고 이행하면 크게 달라질 게 없다”(진성준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