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2일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소위 ‘사법개혁 3법’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법왜곡죄는 당초 위헌 시비로 당내에서도 수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 시기를 놓치면 언제 사법개혁을 기약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실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칠 중대 입법을 이리 서두를 일인지 의문스럽다.
법왜곡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은 법왜곡을 판단할 기준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판검사 등이 위법·부당한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법관의 ‘의도’를 판단하는 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판결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공격을 받더라도 아니라고 증명할 방법도 없다. ‘부당한 목적’ 역시 의도만큼이나 추상적이다. 법왜곡 범죄 구성요건이 이처럼 자의적이면 사법부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선 법관들을 위축시켜 판결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도 크다. 사법개혁을 지지해온 참여연대 등조차 ‘법관의 독립성을 방해할 정도로 남용되거나 남발될 우려’를 제기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103조)고 규정하고 있다. 아무리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해도 인간인 이상 완전할 수는 없다. 이런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3심제를 두고 있다. 판결의 적절성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제도로서 담보돼야 하는 것이지, ‘의도’ ‘부당’같이 누가 판단할지도 모를 기준으로는 보완될 수 없다. 현재대로 법이 통과된다면 양심에 따라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진보적 소신 판결도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국회 입법은 무엇보다 국민 삶을 중심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 사법부·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려는 입법이 오히려 사법부 독립성을 위험에 빠트린다면 ‘교각살우’나 다름없다. 뻔히 부작용을 예상하면서도 밀어붙여 국민 삶에 혼란이 가중된다면 그 정치적 책임도 감당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나중에 폭정이 행해질 때 사법이 폭정을 견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고언을 새겨듣길 바란다. 정 대표가 밝힌 ‘적기’라는 게 여당이 국회 다수인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타당하지 않다. 정당성 있는 입법은 언제 추진하더라도 국민적 동의를 얻어 이뤄질 수 있다. 민주당은 속도보다 부작용이 없도록 법왜곡죄 보완책을 마련하고 국민 공론을 모으는 일부터 우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