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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룰라의 ‘브로맨스’

입력 2026.02.23 19:10

수정 2026.02.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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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확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확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서로 비슷한 삶의 궤적을 공유한단 것은 적과 편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의 세계에서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검증해야 하는 정상외교 무대에서 동질감은 특히 중요하다. 직관적 신뢰와 강한 일체감으로 상대 의도를 파악하는 시간을 줄이고, 협상 테이블의 심리적 장벽을 낮춰 난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11월 G7 정상회의부터 서로를 동지라 부르기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관계가 바로 그러하다. 소년공 출신이라는 닮은 꼴 서사가 두 정상 사이에 그 어떤 외교적 수사보다 끈끈한 유대를 맺어준 것이다. 평소 이 대통령은 프레스기에 짓눌려 굽어진 왼쪽 팔을 “소외된 이들의 삶”이라 말하며 “내 정치는 항상 굽은 팔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간다”고 했다. 19세 때 선반기계 사고로 왼쪽 새끼손가락을 잃은 룰라 대통령 역시 잘린 손가락을 “노동자의 훈장”이라 하며, “이 손가락을 잃었을 때 비로소 세상을 봤다”고 회고했다. 낮은 곳을 향한 정치가 두 사람의 신념이란 뜻이다. 이 대통령의 먹사니즘과 룰라 대통령의 ‘기아 제로’는 굽은 팔과 잘린 손가락이라는 결핍과 상처가 만든 ‘거울 정책’일 테다.

브라질 군부독재에 맞섰던 룰라, 박근혜·윤석열 탄핵에 앞장선 이 대통령의 이력도 닮았다. 이에 더해 수많은 수사·재판을 거쳐 정상에 오른 이 대통령, 부패 혐의로 수감된 뒤 무죄 판결을 받고 복귀한 룰라 대통령은 서로에게 부활의 아이콘이라는 동질감을 제공했을 법하다.

두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수교 67년 만에 양국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한·남미 공동시장 무역협정과 중소기업·농업 등 10개 분야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날 치맥 만찬장에서 이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 평전을,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시인 카를루스 드루몽 드 안드라지의 시 낭송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3개월 전 “이 상처가 당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이냐”고 물었던 서로에 대한 답이자, 소년공 시절의 결핍을 채워준 위로였다.

상처를 공유한 두 정상의 만남이 양국 국민의 고단한 삶을 달래는 더 큰 연대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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