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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 이미 상처투성이

입력 2026.02.24 20:06

“당파를 떠난 건설적인 논의가 가속되고 국민 사이에서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 국회 발의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2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여당 의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다카이치 1강 체제’의 국회 모습이다. 이러한 국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평화헌법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을 어떠한 내용으로 바꾸겠다는 것일까?

2018년,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헌법개정실현본부는 자위대 명기, 교육 충실 등 4개 항목을 담은 헌법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가 개정에 가장 적극적인 사안이 바로 주변국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위대의 명기’이다. 그는 선거 지원 유세에서 “실력 조직으로서의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언급한 자민당의 헌법 개정 초안은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 1항과 전력 보유 및 국가 교전권을 금하는 2항을 유지한 채,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생각은 다르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 잡지 인터뷰에서 9조 2항을 폐지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가 군대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헌법 개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평화헌법의 토대가 이미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자위대의 “옛 일본군으로의 회귀”이다. 자위대는 옛 일본군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군대와는 다른 계급 체계를 사용해왔다. 예를 들면 육군 대위를 육상자위대에서는 1등 육위라고 한다. 다카이치 정권은 국제표준화라는 명목하에 자위대의 계급을 옛 일본군이 사용했던 계급 체계로 복원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군국주의 일본으로의 회귀라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패전 이후 폐지됐던 일본군 직할의 군수공장 제도인 ‘공창’과 유사한 군수공장 국유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이는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교훈 위에 세우졌던 제도들을 패전 이전의 체제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 정권의 이러한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일본 사회가 군국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밀려온다. 여기저기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전진하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쉽게 들리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견제할 야당의 힘도 시민사회의 존재감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사회 전체가 평화헌법의 무력화와 과거로의 회귀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평화는 무력이 아니라 오직 이해를 통해서 유지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닐까? 평화헌법의 무력화는 이미 시작됐다.

박진환 일본 방송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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