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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해 9월 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의 진정한 성공을 바란다면, 강한 구호만큼 '실력'을 위한 강한 후속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산업과 사업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거나 직접 채용해서 자금이 필요한 회사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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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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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진 ‘생산적 금융’ 성공하려면 금융회사의 ‘실력’도 키워야

입력 2026.02.24 21:07

수정 2026.02.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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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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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은행은 전 직원에게 80쪽 분량의 ‘생산적 금융 가이드북’을 배포하기도 하고, 다른 은행들은 ‘생산적 금융 실행 협의회’를 구성하고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등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검색 사이트에 ‘생산적 금융’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 중 하나로 ‘생산적 금융 뜻’이 나온다. 사람들은 생산적 금융이 정확히 무엇인지 여전히 궁금한 것이다. 금융은 원래 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본질적 역할인데, 굳이 다시 생산적 금융이라고 하니 새로운 다른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러면 생산적 금융이란 정확히 뭘까? 금융위원회의 설명 자료를 보면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 금융에서 기술 금융으로의 전환, 그중에서도 초기 및 중기 성장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의 자금 조달 기능 확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안전한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의 금융에서 산업에 도움이 되는 금융으로 되돌리기 위한 정책적 방향으로 이해된다.

담보가 확실해서 떼일 염려가 없는 부동산으로 금융이 쏠리니 이런 부동산 쪽의 혜택을 줄이고 산업 쪽의 지원을 늘려서 경제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 금융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최근 더 많이 들리는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 무브’란 말과 결국 같은 뜻이었다.

취지와 방향은 아주 좋다. 하지만 그냥 구호와 다짐으로만 될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돈은 기대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기업 금융은 부동산 금융보다 떼일 가능성이 높고, 그중에서도 초기 및 중기 기업은 망하거나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상식이다. 그러니 생산적 금융 정책의 방향은 어쩌면 기대 수익률이 높은 분야에서 낮은 분야로 돈을 옮기라는 것이라고도 이해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과연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거버넌스, 즉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생산적 금융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생산적 금융의 규모나 실패에 대한 면책만 강조하는 것은 구조를 그대로 두고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미래의 누수에 대해 눈을 감자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왔던 금융기관이 하루아침에 회사와 사업을 정확히 평가해 성공률이 높은 대출이나 투자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담보 평가의 전문가는 있을지언정 산업과 사업에 대한 전문가는 없으니 말이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의 진정한 성공을 바란다면, 강한 구호만큼 ‘실력’을 위한 강한 후속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산업과 사업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거나 직접 채용해서 자금이 필요한 회사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전문가를 양성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는 이에 걸맞은 인재 풀을 갖고 있기도 하다.

수십년 동안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은퇴자들이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 세대가 그들이다. ‘레디메이드’라고 할 수 있는 이 인력 풀을 금융으로 이동시켜 금융기관들이 생산적 금융을 위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면 어떨까? 사업과 회사를 가장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이들에게 ‘담보대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회사를 고르도록 하는 임무를 맡기면 어떨까?

금융기관들이 이런 ‘실력’ 없이 단지 정부 정책과 구호에 호응하기 위해 억지로 모험적 사업이나 성장 산업에 자금을 배분하게 된다면 생산적 금융 정책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검토 없이 나간 돈은 몇년 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금융기관이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부동산 호황에 기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그리고 최근 폐업한 스타트업 대표에 대한 캐피털사의 소송 등에서 보듯 사실상의 ‘인보증’ 등으로 리스크를 낮추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데 몰두해온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실제 회사와 사업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는 금융의 본질적 기능은 거의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문제 자체가 금융의 본질적 구조와 실력 부족에 있는 이상, 이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은 실패하는 금융에 대한 소극적 면책이 아닌, 사업과 회사에 대한 엄격한 옥석 가리기라는 금융의 본질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적극적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해본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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