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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입법 처리를 예고한 '사법개혁 3법' 중에서도 재판소원법은 가장 논쟁이 첨예한 사안이다.

공익 소송을 주로 하는 최정규 변호사는 "법원의 잘못에 대해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나 법원장의 행정처분에 대해 다시 판단을 하는 경우 법원은 보수적으로 판결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헌재가 법원을 통제하는 외부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가 다시 판결을 따져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법원도 기본권 보호에 충실한 재판을 할 수 있고, 국가 권력이 함부로 행사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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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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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사법개혁 3법 해부①

대법 확정 판결, 헌재가 다시 판단? ‘재판소원’ 도입되면 뭐가 달라지나

입력 2026.02.25 06:00

수정 2026.02.2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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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입법 처리를 예고한 ‘사법개혁 3법’ 중에서도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가장 논쟁이 첨예한 사안이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잘못된 소송지휘나 판결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구제 수단이 있어야 한다며 찬성한다. 반면 대법원은 최종심 절차가 하나 더 생겨 ‘3심제’ 구조가 흔들리고 판결 확정 시점만 지연될 뿐이라며 반대한다.

대법원 판결도 뒤집힐 수 있다?

헌재법은 ‘국민이 공권력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 청구할 수 있는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은 제외하고 있다. 법적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사법부 독립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원 재판 절차나 판결로 기본권이 침해됐는지’ 여부도 헌재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재판소원 청구 사유를 ①법원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경우 ②재판이 적법 절차를 어긴 경우 ③그 외 법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으로 폭넓게 규정한다. 확정된 판결에만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하고,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하면 법원은 그 결정 취지에 맞게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성동훈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성동훈 기자

그간 법원의 확정판결을 뒤집는 방법은 재심 청구 뿐이었다. 재심은 ‘판결 근거가 된 증언·증거가 조작’됐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등 사유가 있을 때 열린다. 오직 법원만이 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셈이다. 재판소원이 시행되면 헌재가 이 확정판결을 뒤집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4심제가 허용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정위헌’ 둘러싼 헌재-대법원 갈등, ‘재판소원’으로 정리될까

재판소원을 둘러싼 논란은 헌재가 설립된 1980년대부터 이어졌다.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 판결만 제외한 헌재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헌재는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게 국민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는 보다 이상적”이라면서도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합헌 결정했다.

문제는 ‘최고 사법기관’을 자처하는 두 기관이 필요에 따라 법 체계에 혼란을 주는 결정을 반복해 내려왔다는 점이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효력 논쟁이 대표적이다. 한정위헌은 법원 판결에 대해 “법 조항을 이렇게 해석하는 건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1991년 소득세법 헌법소원에서 처음으로 이 결정을 내렸는데, 대법원은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은 단순히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하자, 헌재는 대법원 판결을 아예 취소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22년 7월까지 총 3차례 재판취소 결정을 했다.

그 후로도 헌재는 1994년 국가배상법 사건, 2008년 상속세법 사건 등에서 수차례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해석권은 법원에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헌재 결정을 토대로 재판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해도 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재심 사유가 아니다’라며 기각하고, 이런 결정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다시 헌법소원을 접수하면서 재판이 장기간 공전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정효진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정효진 기자

헌재는 2018년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은 과거사 피해자들은 이미 ‘재판상 화해’가 성립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양승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틀렸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헌재는 당시 결정이 법 조항에 대한 ‘일부위헌’ 결정이라고 했지만, 대법원 반발을 우려해 에둘러 표현했을 뿐 사실상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법률해석 권한에 대한 헌재 결정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던 대법원이 2019년 전원합의체 결론을 뒤집고 이를 수용하는 판결을 했다. 당시 법원 내부에선 ‘한정위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30년 입장이 뒤집힌 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결국 헌재와 대법원이 명확한 ‘노선 정리’를 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법 해석과 입장을 조금씩 바꾸면서 법 체계가 손상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소원은 사실상 한정위헌 결정에 대한 대법원 반발을 겨냥한 제도”라며 “법원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권리구제 사각지대 해소” vs “청구사유 모호해 소송 폭증”

법조계에선 소송 당사자가 억울함을 풀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고, 성역처럼 여겨져 온 ‘법원 재판’도 외부의 통제를 받게 됐다는 데 재판소원제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공익 소송을 주로 하는 최정규 변호사는 “법원의 잘못에 대해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나 법원장의 행정처분에 대해 다시 판단을 하는 경우 법원은 보수적으로 판결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헌재가 법원을 통제하는 외부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가 다시 판결을 따져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법원도 기본권 보호에 충실한 재판을 할 수 있고, 국가 권력이 함부로 행사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효진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효진 기자

다만 개정안에서 어떤 경우에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모호하고, 헌재가 제도 시행 초기 폭증할 수 있는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할 충분한 인력 등을 갖추지 못해 오히려 권리 구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23일 성명에서 “어느 범위까지를 재판소원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사전 토론과 숙의가 필수적이었으나 현재까지의 과정은 다소 충분하지 않았다”며 “헌재에 집중될 사건 부담을 고려한 인적·물적 지원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기존 헌재 사건들마저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송 비용 등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권력층이 재판 지연 전략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이 종결되기까지 절차가 늘어나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이는 결국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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