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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달 29일, 경기 하남시 A아파트단지 주민 179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집값이 10억원 아래로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공유된 '작전'이었는데요.

한국은행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1·29 공급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안정화 기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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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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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민원으로 5천 업” “밥그릇 사수!”···다주택자 살기 좋은 나라, 이젠 바뀔까

입력 2026.02.25 07:00

수정 2026.02.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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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광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집값 올려 수억 버는 사람, 영끌해도 밀려나는 세대

점(사실들): 담합 행위 적발돼도 12%만 처벌됐다

선(맥락들): ‘재산목록 1호’, 가격 하락이 더 무섭다?

면(관점들): “다주택 해소가 이익되는 제도 만들 것”

집값 담합 행위 적발 사례. 경기도 제공

집값 담합 행위 적발 사례. 경기도 제공

“2~3월 폭탄 민원으로, 5천(만원) 이상 업(올립시다).”

지난달 29일, 경기 하남시 A아파트단지 주민 179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집값이 10억원 아래로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공유된 ‘작전’이었는데요. “밥그릇 사수!”, “총력(전)합시다”라는 맞장구가 나오더니 중개사가 올린 10억원 이하 매물이 사라졌습니다. 허위 신고와 항의 전화에 중개사가 견디지 못한 겁니다.

10억원 선을 사수한 덕에, 대화방을 개설했던 A씨는 이달 초 집을 팔며 3년 만에 3억원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경기도가 지난 12일 적발했다고 밝힌 사례입니다.

이처럼 집값을 담합해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값 담합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암적 존재”, “질 나쁜 범죄”라며 강력하게 비판한 행위인데요. 적절한 가격의 매물이 담합으로 사라지면 집을 사려는 사람의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과거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이번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오늘 점선면이 살펴봤습니다.

점(사실들): 적발돼도 12%만 처벌됐다

적어도 최근 5년간은 집값 담합 등이 적발되더라도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7월까지 담합 등 시장 교란행위 정황이 확인된 사례 4662건 중 실제 수사의뢰나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건 12%(558건)에 불과했는데요.

나머지 88%는 부동산원이 자체 종결(22%)하거나, 관할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진 뒤 무혐의·무처분(66%)됐습니다. 사후조치가 없다시피 한데도 지난해 9월까지 정부는 정확한 이유조차 파악하지 못했고요.

[점선면]“폭탄 민원으로 5천 업” “밥그릇 사수!”···다주택자 살기 좋은 나라, 이젠 바뀔까

선(맥락들): ‘재산목록 1호’, 가격 하락이 더 무섭다?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시장 교란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며 이들을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규정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담합 사례 중 하나로 ‘부동산’을 처음 언급했습니다.

과거에도 담합 등 교란행위는 집값 급상승기, 그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2021년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 조사에서는 시세를 높일 목적으로 실거래가를 허위로 신고했다가 취소하는 ‘실거래가 띄우기’가 드러난 바 있는데요. 특정 아파트단지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비정상적으로 집값을 올린 단초로 분석됐습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아파트가 재산 목록 1호’인 한국의 독특한 경제 구조가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이 64.5%로 주요국 중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32.0%, 일본은 36.4%(2023년)였습니다. 자산의 3분의 2가 부동산에 묶여 있으니 담합 등 위법 행위에 대한 두려움보다 가격 하락의 공포가 더 크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집값 상승의 수혜는 부동산 자산 대부분을 소유한 소위 ‘주택 부자’들에게 몰렸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코리아가 지난 23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다주택자 중 주택자산 규모 최상위 20%가 전체 주택자산의 78%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22년 이후 고가 주택값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불평등이 심화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동안 양도세 중과 유예 등 다주택 보유 부담이 완화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면(관점들): “다주택 해소가 이익되는 제도 만들 것”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세금 개편을 부동산 정상화 정책의 신호탄 격으로 언급한 이유입니다. 그는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으로 (주택을) 오래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깎아주느냐”고 지적했는데요.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내놓지 않아 공급 부족·집값 상승을 낳는 점을 꼬집은 겁니다.

정부는 실질적인 조치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오는 5월9일 예정대로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2배를 넘는 지역) 내에 있는 집을 팔 때 양도세를 최대 30%포인트 더 내야 하는데요. 더 이상 유예는 없다고 못박아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한 겁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조치로 전·월세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다주택자가 모두 집을 내놓으면 이들은 누구에게 집을 빌려야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집을 사면 전·월세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지므로 임대 수요 역시 그만큼 줄어든다”고 반박합니다. 다만 시장의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공공임대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잇단 부동산 대책에 어제(24일) 발표된 집값 상승 기대 지수는 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1·29 공급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안정화 기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직 축포를 터뜨리긴 이릅니다. 지난해 11월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무주택 가구 수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누군가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리려 끌어올린 집값에 청년들이 ‘영끌’해도 내 집 마련조차 할 수 없는 구조는 문제가 있습니다. 청년들이 체념이 아니라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이번엔 달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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