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응급실 뺑뺑이(미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광역상황실)이 지역 내 의료 자원 현황에 따라 중증환자 이송 병원을 선정하고, 지연 시엔 사전에 지정된 ‘우선수용병원’에 환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119구급대가 병원에 전화를 돌려 수용 여부를 묻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병원과 매칭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오는 3~5월 3개월간 광주광역시,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등 3개 지역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범사업은 응급환자를 적정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도서·산간 등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많고, 지역 응급의료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지역들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증응급환자(pre-KTAS 1~2) 중 심정지나 중증외상 등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최중증 환자는 사전 지침에 따라 정해진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된다. 그 외 중증 환자의 경우 구급대가 환자 정보를 광역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실시간 전송하고, 광역상황실이 병원 수용 능력을 확인해 이송 병원을 직접 선정해 안내한다. 병원 섭외가 적정 시간을 초과해 지체될 경우, 상황실이 사전에 지정해 둔 ‘우선수용병원’에 환자를 이송해 신속한 안정화 처치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환자 이송체계는 한국형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 도구인 프리-케이타스(pre-KTAS)를 기준으로 나눴다.
이후 재이송이 필요할 경우에는 소방이 책임진다. 주영국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병원 선정이 지연될 경우 우선수용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하되, 전원이 필요한 경우 재이송은 119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중등증 이하 환자(pre-KTAS 3~5)의 경우 이송절차를 간소화한다. 구급대가 이송지침과 병원의 의료자원 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병원에 수용 문의 없이 곧바로 이송하도록 했다. 다만,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중등증 3단계 환자(pre-KTAS 3)는 예외적으로 사전에 환자 정보를 공유해 병원을 섭외할 방침이다. 또 절단된 손·발 수술(수지접합)이나 소아, 분만 등 특수 질환에 대해서는 인근 시·도 의료자원까지 포함한 진료 가능 병원 목록을 마련해 이송 병원을 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송체계가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할 수 있게 정보 공유 체계도 강화한다.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통해 구급대가 현장에서 파악한 환자정보를 병원·광역상황실 등에 신속히 전달하고, 중환자실·수술실·MRI·CT 등 병원 의료자원 현황정보도 주기적으로 정비해 병원 수용 능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 병원이 수용을 거부할 경우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질환별 수용 곤란 여부를 사전에 알리는 것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 중 전국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발표를 두고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직역단체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기존의 응급실이 우선수용병원이 된다고 해서 수용성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며 “최종치료 가능 병원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 생긴 일인데 광역상황실이 한다고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응급의학회는 “지역의 응급의료체계와 지침을 존중하고, 소통과 협업을 통해 이번 시범 사업이 시작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