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정책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는 인상을 줬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지금으로선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예고하는 글을 엑스에 올린 뒤 현재까지 약 30건의 부동산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권력은 규제·세제·금융·공급 등 막강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출범한 뒤 내놓은 네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 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제 대폭 확대 등 강수가 적지 않고 공급책도 망라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1년이 안 된 상황에서 벌써 네 번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효과가 크지 않았고, 결국 ‘진보 정권에선 집값이 뛴다’는 통념을 깨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이 강공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관료집단은 보유세 강화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고,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이해관계에 민감하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를 가속화할 절호의 타이밍으로 봤을 수도 있다.
투기 억제 기조는 ‘공동선’을 위한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정의롭다.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고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주거는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로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 모두 17차례, 28차례 대책을 내놓았던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고 진보정권 부동산 흑역사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을 수 있을까. 한국은행의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를 보면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가 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대통령의 분명한 방향성에 시장은 일단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말이 아니라 일관성 있고 정교한 정책이다.
우선 점진적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래세를 낮추는 쪽으로 후속 대책에 나서야 한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공화국의 해체를 위해 외면해선 안 되는 과제다. 머뭇거린다면 ‘이재명 정부도 별수 없다’란 신호가 시장에 전달될 것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일컫는 보유세는 자산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을 조정하는 장치로 공동체 유지비용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서비스 재원이며 국세인 종부세는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부동산교부세 형태로 나간다. 종부세는 사실상 부유세로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는 논란에 휩싸여왔기 때문에 재산세와의 통합 등 보유세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방안도 강구함직하다.
아파트 매매로 수십억원의 불로소득을 올리는데 세금 부담이 미미하다면 사회적 위화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5월10일부터 부활하는 양도세 중과 조치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다주택자를 투기꾼과 동일시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하며 매물 잠김 현상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세제는 증세와 감세라는 냉·온탕을 오갔고 결국 부동산 불패 신화를 굳히는 요인이 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은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투명한 공급 로드맵이 제시돼야 수요자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정책 발표와 실행력 간 괴리가 생긴다면 그저 허언일 뿐이다. 이전 정부들에서도 공급 대책을 내놓은 뒤 미착공으로 흐지부지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수요가 적은 외곽지역에 실적 위주의 공급책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수요가 몰리는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을 위해 행정절차 개선 여지도 없는지 살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인 수요과 공급의 법칙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난다. ‘1139채 빌라왕’ ‘24억원 대출, 은마아파트 영끌’ 같은 상식을 벗어난 사례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적지 않은 사람이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 한 채에 거의 전 재산을 밀어 넣다시피 하고 있다.
단박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긴 어렵겠으나 절제된 용어로 시장과 소통하되 우직하게 원칙을 밀고 나간다면, ‘버티면 된다’는 심리에도 결국 균열이 가게 될 것이다.
오관철 사회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