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남의 불행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다. 수습 시절 사건팀 교육기간에 조급한 마음이 생길 때면 생각했다. ‘사고가 났지만 다친 사람이 없으면 좋은 일이지 기사를 못 써서 아쉬워할 일이 아니야.’ 지난 23일 산불 취재를 위해 함양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착할 때까지 불이 다 꺼지지 않아야 내가 취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 때마다 그랬다.
산불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불 진화율은 80%를 넘기고 있었다. 다짐했던 게 무색하게도 “제가 막 와서 그런데 아직 불이 남아 있는 곳이 있을까요” 하고 물어보는 마음이 구차했다. 대피소도 예상대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주민들은 모여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텐트 안에서 쉬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인피(인명 피해), 재피(재산 피해)’로 대표되는 숫자가 크지 않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불은 진화됐지만 사람들은 이날도 텐트에서 잠을 자야 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못했고,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것은 말할 필요 없이 불편한 일이다. ‘핫팩을 무릎에 대고 있던 어르신은 지금쯤 집으로 돌아갔을까?’ ‘나는 다음에 또 어떤 불행과 다행을 찾게 될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괜히 생각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