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전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안권섭 상설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쿠팡 측의 일용직 노동자들 퇴직금 미지급 혐의를 무혐의로 처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검찰 내부 보고서를 사건을 담당했던 인천지검 부천지청 주임검사가 아닌 상급자인 김동희 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대신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은 김 전 차장검사가 사실상 수사 결론을 미리 정해준 것으로 판단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은 지난해 4월22일 부천지청이 대검찰청에 보고한 ‘쿠팡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 처리예정 보고’ 문건 작성자가 김 전 차장이라고 특정했다. 보고서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일용직 노동자들은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며 취업규칙 변경도 위법하지 않아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겠다’는 내용이다. 김 전 차장도 특검 조사에서 이 문건을 자신이 작성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문건에 작성자가 당시 주임검사였던 신모 검사로 적혀있는 사실에 주목했다. 통상 이 같은 보고서는 주임검사가 작성한 뒤 순차적으로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청장 순으로 보고가 이뤄지고, 이후 지검과 대검에 보고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선 김 전 차장이 불기소 판단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뒤 마치 신 검사가 쓴 것처럼 꾸며 보고 절차를 밟았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당시 김 전 차장은 CFS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과 기소를 두고 문지석 전 부천지청 부장검사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문 전 부장은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이후 김 전 차장이 CFS를 대리한 김앤장의 권모 변호사와 친밀한 사이라고 폭로했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이 권 변호사와의 친분 등을 이유로 쿠팡 측을 봐주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이 보고서를 대신 작성한 것이 직권을 남용해 신 검사와 문 전 부장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조만간 김 전 차장을 기소할 방침이다.
김 전 차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됐던 주임검사의 의견’, ‘1차 보고 대검 반려 후 2차 보고를 직접 작성한 경위’ ‘그 과정에서 주임검사 및 부장과 보고서를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고서를 수정했으며 부장의 의견도 모두 대검에 전달한 사실’을 전부 설명했다”며 “차장검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록을 직접 검토하고, 판례와 법리를 치밀하게 분석해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죄를 묻겠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