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응급의료기관이 중증 환자를 수용해 필요한 응급수술과 처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의 인력과 수술실 등 ‘수용 역량’ 기준이 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오는 4월 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발표된 대책이 광역상황실을 통해 중증 응급환자를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이송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환자를 직접 넘겨받는 권역·지역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역량’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후속 조치 성격이다.
개정령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진료 기능 명문화다. 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에 기관 내 삽관, 제세동, 기계적 인공호흡 등 응급실 필수 처치 기능뿐 아니라 중환자 관리, 뇌·복부 응급수술 등 응급실 이후 단계의 수술·시술 기능 등이 명시된다. 중증 응급환자가 센터에 도착했을 때 수용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정 요건 자체를 강화한 것이다.
인력 기준도 강화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담전문의 기준을 전년도 내원 환자가 3만 명을 초과할 경우 1만 명당 1명씩 추가 확보하던 것에서 ‘5000명당 1명 추가’로 상향됐다. 지역센터도 ‘7000명당 1명 추가’로 새롭게 기준이 생긴다. 응급의료 정보관리 전담인력은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1명 이상 24시간 상주하도록 해 이송·전원 체계를 강화한다. 전담전문의로 채용할 수 있는 진료과목도 기존 10개에서 산부인과·가정의학과를 더해 12개로 확대된다.
수술실 운영 기준은 현장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연해진다. 기존에는 응급전용 수술실을 별도로 확보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일반 수술실을 활용하되 24시간 운영하며 응급환자 발생 시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전용 입원실 3병상 이상, 중환자실 2병상 이상을 확보하도록 하는 기준을 신설해 배후 진료 역량을 뒷받침하도록 했다.
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부할 경우 그 사유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하는 규정도 담겼다. 응급의료기관은 수용 불가능 사유와 더불어 주요 중증 응급질환의 수술 및 처치 가능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시행규칙을 확정 공포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변경된 지정 기준을 적용해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를 재지정할 계획이다. 응급의료센터 지정 주기는 3년으로, 기준에 미달하는 기관은 재지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
복지부는 “전문의를 새롭게 양성해 배치·충원하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형태이므로 인력 수급 문제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존에 지정됐던 센터가 재지정 될 수 없도록 하고, 기준 충족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