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눈 위에서 얼음 위에서…눈부시게 빛났다 (2월23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금메달을 딴 쇼트트랙 여자 계주팀, 여자 1000m 동메달의 김길리,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은메달 김상겸, 쇼트트랙 여자 1500m 은메달 최민정,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 최가온,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메달 김길리, 쇼트트랙 남자 1000m 동메달 임종언,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동메달 유승은, 쇼트트랙 남자 1500m 은메달 황대헌, 그리고 은메달을 획득한 남자 쇼트트랙 계주팀이 금3·은4·동3을 합작했다. 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설상 종목 남자 스노보드 알파인 김상겸의 은메달, 여자 스노보드 빅에어 유승은의 동메달에 이어 최가온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금메달을 딴 것도, 단일 올림픽에서 2개 이상 메달을 획득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쇼트트랙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는 ‘전설’ 최민정과 여자 계주 3000m 금메달을 합작했고, 주 종목 1500m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2관왕에 올랐습니다. 최민정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더해 통산 4개 금메달과 3개 은메달을 따내 한국 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7개)을 작성했습니다.
2월23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동계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모았습니다. 지면이 없는 주말에 메달이 나오거나, 국내 이슈에 밀려 1면에 올림픽 사진을 잘 쓰지 못했습니다. 올림픽 폐막에 맞춰 한 번에 모아 쓸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습니다.
■ ‘두 손 꼭’ (2월24일)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브라질 정상회담에 앞서 두 손을 맞잡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한 만큼 경제협력 지평을 더 확대하게 될 것”이라며 “핵심 광물, 환경, 우주산업, 문화,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으로 협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다루게 돼 너무나 기쁜 마음”이라며 “핵심 광물, 반도체, 녹색 수소, 제약, 항공, 우주와 같은 전략적 부문에서 양국의 생산 통합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면 사진은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은 모습입니다. 보통 정상회담에서는 팔을 뻗어 악수합니다. 뻗은 팔 만큼의 거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만, 두 손 맞잡은 이 장면은 거리가 없습니다.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라는 공통된 이력의 짙은 유대감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포즈였습니다. 두 정상은 공식 일정 중 여러 차례 포옹하기도 했습니다.
■ 저격수가 된 무용 선생님…전쟁 4년, 빼앗긴 우크라이나의 삶 (2월25일)
우크라이나군 저격수로 복무 중인 테티아나 히미온(47)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인 22일(현지시간) 키이우의 한 공원에서 러시아의 침공 전 무용 교사였던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옆에 두고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4주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서로를 비방하며 설전을 벌였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저지한 지난 4년을 되새기며 ‘독립’을 지켰다고 자평했고 러시아는 끝까지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야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전쟁 4년이라는 말 뒤에는 수백만 국민과 그들의 용기, 믿기 어려울 만큼의 인내가 있다”며 “우리는 독립을 지켜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푸틴은 그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인들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며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목표들이 완전히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군사작전은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기로 약속했습니다.
1면 사진은 우크라이나군 저격수로 복무 중인 무용 교사의 인물 사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4주년과 관련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추모행사 사진이 외신을 통해 올라왔습니다만, 이 사진에 가장 오래 시선을 머물렀습니다. 한때 발레·댄스 교사와 심사원으로 활동해 온 테티아나 히미온은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군에 입대했습니다. 사진은 군복을 입은 그가 저격용 총을 들고 전쟁 전 제자들과 찍은 기념사진과 같은 포즈를 취한 채 사진기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삶 속에 깊이 스며든 전쟁, 전쟁이 바꿔놓은 개인의 삶을 드러냅니다. 사진은 시선을 붙잡고 메시지를 한 번 더 곱씹게 합니다.
■ 코스피, 자고 나면 ‘역대 최고’ (2월26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앞에서 직원들이 축하 행사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6083.86에 거래를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준헌 기자
코스피 지수가 6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6월 3000을 넘긴 지 불과 8개월 만에 지수가 2배 이상 뛰었습니다. 코스피 출범 첫해인 1983년 3조원대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5000조원을 넘겼습니다. 인공지능(AI)발 수혜를 받고 있는 반도체와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는 다른 주요국 증시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수의 1000단위가 바뀌는 데 걸린 기간은 이번이 가장 짧았습니다. 지난 1월22일 장중 5000선을 돌파한 지 34일 만에 6000선을 넘었습니다. 지수 4000에서 5000이 되는 데는 약 3개월이 걸렸습니다.
1면 사진은 코스피 종가가 표시된 전광판 앞에서 6000 돌파 기념행사를 하는 모습입니다. 일찌감치 지수의 500단위 혹은 1000단위가 바뀔 땐 1면에 사진을 쓰자는 느슨한 합의가 있었습니다. 이날 대형 은행 몇 곳은 꽃가루를 날리고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 세리머니를 준비했습니다. 초스피드로 6000까지 달려오는 동안 ‘나만 이 기회를 놓치고 있나’하는 소외감과 불안,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라는 감정은 지수에 비례해 가파르게 커지고 있겠지요.
■ 주석단 중앙에 김정은 딸 주애 (2월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9차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을 겨냥해선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다”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협상해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고, 이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남한은 적대시하는 기존 노선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대통령은 “오랫동안 쌓인 적대 감정, 대결 의식을 일순간에 한 가지 획기적 조치로 없앨 수는 없다”며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그것이 쌓여서 이해되고 공감하는 상태로 나아가야겠다”고 말했습니다.
1면 사진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과 딸 주애가 주석단 중앙에 나란히 자리한 모습입니다. 부녀는 검은 가죽 외투를 맞춰 입었습니다. 당 대회를 계기로 주애의 후계 구도가 공식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북한 매체들은 이 기간 주애의 공식 직책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