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해서 삶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해서 삶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저소득층의 경우 반려동물 관련 지출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사회보장차원의 개입과 방향성 검토’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임완섭 보사연 연구위원은 반려동물 양육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사회보장 차원에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검토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가구 기준 반려동물 양육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23년 28.2%로 상승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인가구와 자녀가 없는 부부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이자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확대되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 자료를 활용해 반려동물 양육 여부와 관련 지출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분석(OLS)으로 살폈다. 그 결과 반려동물 ‘양육 여부’ 자체는 대부분 집단에서 삶의 만족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집단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관찰됐지만, 다수 집단에서는 유의하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반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저소득층의 경우 반려동물 관련 지출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가구와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 지출이 증가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연령별로는 노인 빈곤층과 36세 미만 청년 빈곤층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할 때 삶의 만족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소비지출은 개인의 효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자신이 양육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이 개인의 효용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삶의 만족도를 제공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해당 집단에 대한 반려동물 관련 지원을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취약계층에 대해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을 지원해주는 것과 함께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의 경우 반려동물 보유에 대해 지원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반려동물 보유를 직접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육 여부 자체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은 만큼, 보편적 지원이나 장려 정책은 정책적 타당성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진료비 표준화와 정보 공개 등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 반려동물이 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비용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반려동물 정책 판단을 위해 대표성 있는 통계 자료 확충이 필요하다”며 “반려동물의 종류와 연령, 양육 가구의 소득과 지출 등을 포괄하는 체계적인 조사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