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이하 행동계획) 확정안을 발표했다. 전문가 검토와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된 국가 AI 액션플랜인 만큼, 그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가는 길에 성평등가족부(이하 성평등부) 그리고 여성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200쪽에 가까운 이 문서에는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라는 3개의 큰 정책축 아래 총 99개의 실행과제가 빼곡하게 제시돼 있다. 전체 문서에서 성평등부는 모두 10번 등장한다. 실행과제 개수로는 6개이다. 이 중 AI 혁신 생태계 조성에 속하는 실행과제는 ‘초중고 전 학년에서 연속적인 디지털교육 필수 이수’와 ‘AI 인재 경력 단절 해소’이다.
나머지 4개의 실행과제인 ‘모두를 위한 AI 기본사회 추진계획 수립’ ‘AI 시대 생애 경제 통합 전략 마련’ ‘AI 시대 복지·돌봄의 접근성 확대’ ‘AI 범죄 근절 및 대응 역량 강화’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에 속한다.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에서 성평등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성평등부의 역할이 4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실행과제는 ‘AI 범죄 근절 및 대응 역량 강화’이며 이 중 2번은 딥페이크 성범죄물 관련이다. 국민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AI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AI 시대 생애 경제 통합 전략 마련’ 실행과제에도 성평등부는 2번 언급된다.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우선 10번 중 성평등부가 협력부처가 아닌 주무부처로 기재된 경우는 단 1번이었다는 것. “성평등부는 딥페이크 성범죄물 탐지·추적 및 삭제 지원 등 피해자 지원을 계속적으로 확대한다”를 제외하면 성평등부가 주어인 문장은 없다.
여성이 놓인 위치 역시 다르지 않다. ‘여성’이라는 단어는 전체에서 단 2번 등장하는데, 그 두 과제는 모두 성평등부의 역할이 2번 이상 명시된 실행과제와 정확히 겹친다. 여기에서 여성은 청소년, 노년층 등과 함께 ‘경제활동 참여와 AI 재교육 기회가 제한’되는 ‘디지털 취약계층’이자 ‘직접적인 (범죄) 피해자’로 묘사된다.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AI 관련 산업에서 활약하는 여성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기 어렵다. 성평등부가 협력부처로 명시된 ‘AI 인재 경력 단절 해소’ 실행과제에 병역과 함께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해소 지원 방안 마련을 담고 있을 뿐이다.
모든 실행과제의 절반을 성평등부가 맡아야 한다거나, 매번 여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AI 혁신국’이자 ‘AI 안전국’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 성평등부는 AI 범죄 피해자 지원 외에 더 할 수 있는 일, 더 해야 하는 일이 있다.
AI 안전국뿐만 아니라 AI 혁신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능력과 열망을 가진 여성 인재들도 많다. 행동계획의 단어와 문장에 머물지 않고 성평등부 그리고 여성들이 국가의 AI 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성평등부에 ‘AI 시대 성평등 액션 플랜’을 기획·조정·총괄하는 ‘AI 정책실’이 필요하다. 3월8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제안해 본다.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