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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방송광고 결합판매는 지역방송이 비빌 언덕일 뿐

입력 2026.03.01 19:57

수정 2026.03.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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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방송광고 결합판매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대상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광고를 지역 및 중소지상파 방송의 광고와 결합해 판매하도록 규정한 법률조항이다. 지역방송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도권을 시청권으로 하고 있는 방송사와 결합해 판매하게 한 제도인데 이 조항이 광고주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지역방송은 광고주 부재, 소비여력 약화, 시청지역 인구 부족 등으로 광고주 유치 경쟁력이 낮고 광고비가 핵심 재원인 방송사로서는 구조적으로 재정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으니 사회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현재로서는 결합판매 외에 다른 대안적 제도가 미흡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특히 지역방송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광고 결합판매와 재정적 지원은 지역방송이 그나마 비빌 언덕이다. 마침 지역·중소 방송 지원을 위한 올해 예산도 2025년 79억원에서 202억원으로 획기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덕이 있어도 정작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지역방송의 핵심적 가치는 지역성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들어가 지방자치도 30년이 넘도록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지역문화와 정체성은 고사해 거의 정신적 내적 식민지에 이르렀다. 지역주민들이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고 민주적 여론을 만들며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핵심 기반로서의 역할이 지역방송에 부여돼 있고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도 그 책임을 하라는 헌법적 요구이다.

그동안 지역방송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MBC경남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지역적 소재에 보편적 가치를 담아냈다. MBC 본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방송되고 극장에서 상영됐다. 또한 MBC충북은 충북의 기초자치단체를 취재하는 7개 풀뿌리 매체와 협업해 시사보도 프로그램 <팀로컬C>를 방송했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충북 이주민 노동·교육·의료 실태 등 주요 현안을 보도해 의제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콘텐츠는 많지 않고 지역방송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은 현저히 낮다. 지역방송에서 지역적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란 쉽지 않다. 전체 방송시간에서 지역방송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만큼 지역이 만들고 편성한 프로그램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장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는 서울에 있는 지상파 방송 3사의 프로그램으로 빼곡하다. 지역방송이 만든 프로그램은 구색 맞추기이고 정작 핵심 편성은 서울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역방송사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편성 실적으로 지역성을 평가한다. 그런데 그 기준은 고작 지역 MBC는 15%, 지역민방은 20%를 만점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지역성을 구현해야 할 지역방송이 지역민들의 관심과 취향 문화적 정체성을 오히려 서울의 식민지 상태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민들은 지역방송이 지역 관심사나 지역민들의 삶과 가치, 역사와 공동체적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니 우리의 방송으로 별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방송협의회는 ‘이번 헌재 결정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지역방송 지원을 위한 안정적 재정 기반의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좀 더 공감을 얻으려면 지역방송사들이 지역성을 구현해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정책 지원의 정당성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전제다. 그럴듯한 선언이나 실효성 없는 청사진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체감하는 방송으로 응답해야 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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