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23일 강원 강릉시 경포동에서 농민이 밭에 비료를 주고 밭을 가는 농사 준비로 바쁜 모습이다.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가 ‘투기성’ 농지의 강제매각(처분) 명령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기목적의 경우 유예기간 없이 신속히 처분토록 하고, 실경작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농지 투기 수요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하자 후속 대응에 나선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일 “적발이 되어 처분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길게는 4~5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며 “투기성 농지는 좀 더 신속하게 처분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관리가 매우 부실하다. 가격 상승 기대 때문에 보유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가짜로 (작물을) 심었다가 방치하면 매각 명령해 팔아버리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은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따라 상속 등 특정 예외 요건을 빼면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에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팔아야 한다. 만약 기간 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장·군수 등 6개월 내로 농지에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2023년 기준 농지 처분 의무 통지를 받은 인원은 5855명으로 집계됐다. 1년 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처분 명령을 받은 인원은 1416명이다. 이는 표본조사 방식이어서 실제 위반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전체 농지의 약 절반(47%)이 임차 농지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유예기간이다. 현행법상 처분 의무가 발생해도 농장주가 ‘농업 경영에 이용할 경우’에는 3년간 ‘유예 기간’이 부여된다. 유예 기간동안 모니터링을 통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확인되면 3년 후 처분 의무는 소멸한다.
지금까지는 이 기간 동안 지자체 인력 한계·지역 온정주의 등으로 인해 모니터링의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농장주가 묘목만 일부 심어 놓는 식으로 시늉만 내더라도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예기간 동안 농지 가격이 오르면 투기성 수요를 적발하더라도 즉시 차단하지 못하고 차익 실현에 나설 시간을 벌어줬던 셈이다. 모니터링의 가이드라인이 따로 없는 탓에 지자체별로 적발 실적 차도 컸다.
정부는 이에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1년에 한두 번 꼴인 유예 기간 모니터링 횟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실제로 경작이 이뤄지는 지를 좀 더 촘촘히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아예 유예기간을 두지 않는 방식 등도 거론된다. 투기목적으로 적발되면 유예기간 없이 바로 처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2021년 ‘LH사태’ 때도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 유예기간 없이 즉시 처분 명령을 내리도록 법을 개정했다.
다만 재산권 침해 논란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이 대통령은 투기 목적 땅을 강제매각 대상으로 언급했으나 ‘회색지대’도 존재한다. 작물 변경, 종자 확보 등을 위해 일정 기간 휴경하고 있는 농가들을 ‘투기성’ 농가와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에는 수만 가지 경우가 있다. 5월 현장 실사에서 작물이 없었는데 농장주가 ‘동계작물 심으려고 한다’고 하면 (적발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우선 지금까지 만들어둔 예외 규정을 정리하고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