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000선을 넘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6000 돌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동네 커피숍에서 이 글을 쓴다. 옆자리도, 뒷자리도 주식이 화제다. 일부는 중동 전쟁 이야기를 꺼내지만, 결론은 다시 주식이다. 연휴 이후 주가 전망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기승전주식’ 시대. 저평가됐던 한국 기업 가치가 재평가받는 현상은 긍정적이다. 부동산에만 쏠려있던 가계 자산이 다른 부문으로 분산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집값 정상화 의지, 상법 개정 등 정부 정책이 함께 맞물리며 주식시장도 ‘정상화’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그런데,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의 전제는 여유자금이다. 처분가능소득(세금·사회보험료 등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넉넉한 고소득·중산층은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고, 자산을 더 빠른 속도로 불려나가고 있다. 반면 생계가 급한 저소득층은 증시 활황의 혜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정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2025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06만1000원이었다. 소비지출이 더 많아 적자액이 40만원을 넘었다. 상위 20%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936만1000원, 소비지출은 511만원이었다. 여윳돈이 400만원 이상이다.
한국은행이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2025년 3월 기준)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니, 상위 20%의 주식·채권·펀드 보유액은 평균 6615만원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80%의 평균 보유액을 모두 합친 규모(3647만원)의 1.8배에 이른다.
한국의 불평등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터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드러난 ‘순자산 지니계수’는 지난해 0.625로 역대 최대였다.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최근 공개된 ‘옥스팜 도넛 리포트’(2023년 기준)에 따르면,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40%보다 4.1배 많다. 격차가 2009년(2.4배)보다 훨씬 커졌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지적했듯 자본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웃돌 경우 불평등은 깊어진다. 더욱이 인공지능(AI)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노동에 대한 수요는 줄고 노동소득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AI 활용으로 생산성이 향상된 기업의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 비중이 큰 하위계층은 더 가난해지고, 노동소득도 많지만 자본소득이 더 많은 상위계층은 더 부유해질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 확대는 예측 가능한 미래다. 늦기 전에 고삐를 당겨야 한다.
불평등 심화는 사회 갈등과 불안을 증폭시킨다. 극우 세력의 확산, 나아가 파시즘 발호의 토양이 될 수 있다. 옥스팜은 최근 다보스포럼에 즈음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는 평등 국가에 비해 민주주의 후퇴 가능성이 7배 높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불평등 사회가 갈라치기 정치를 만나 사회 존속을 위협하는 극단주의를 낳았다”고 한 바 있다. ‘윤 어게인’보다 불평등이 더 무섭다.
“부동산 정상화는 5천피(코스피 5000)달성이나 계곡 불법시설 정비보다 쉽다”(1월 31일). 당시 이 대통령 발언을 정치적 레토릭(수사학)으로 여긴 시민이 많았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고강도 메시지를 이어가며 다주택자들을 압박했다. 결국 서울 강남·용산 집값이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정도 의지라면, 불평등 완화도 못해낼 이유가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 67%(2월 23~25일 전국지표조사)에 이르는 지금이 적기다. 부동산 정상화를 뚝심으로 밀어붙였듯, 불평등 완화도 힘있게 추진할 때다.
증시 위축 우려로 유예된 금융투자소득세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중동 위기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 서학 개미들은 세금을 22% 내면서도 미국 시장에 투자하지 않는가.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기)이 한동안 이어진다는데, 세금이 두려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팔아치울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나.
세금으로 환수한 초과이익을 복지 지출과 공공 투자에 활용한다면, 증시의 온기가 일부 계층을 넘어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재분배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산소득 증가 속도를 노동소득이 일정 부분 따라갈 수 있도록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명저 <불평등의 대가>에서 말했다. “이런(불평등한) 상황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의 불변의 법칙도 아니다.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불평등과 양극화도 ‘정상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