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6000을 넘어서며 주식시장에서 노동자의 월급을 하루 만에 번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와 함께 내 주위에서는 주식을 할 돈이 있어야지 하는 소리도 나온다. 아무리 금값이 오르고,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투자할 돈은커녕 당장 하루 먹을 밥과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더욱이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서글플 것이다.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에는 임금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법령 또는 노사 자치규범에 따라, 의무적·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모든 금품”으로 정의된다. 임금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돈을 받기로 계약을 하고 노동을 제공했으면 당연히 임금을 받아야 한다. 만약 일을 했는데도 임금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노동착취이자 강도짓이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노동포털’에 따르면, 2025년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26만2000명이었다. 이는 2024년보다 7.4%가 감소한 수치다. 2023년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의 수는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임금체불액은 2조679억원이었다. 2025년 임금체불액 증가율은 1.1%로, 14.6%였던 2024년에 비해 크게 낮았지만, 체불액은 역대 최대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약 30%, 건설업이 약 20%, 운수창고통신업이 약 14%, 도소매음식숙박업이 약 12%를 차지했다. 작년 한 해 일을 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26만명이 넘고, 체불액은 2조원이 넘는다는 통계 앞에서 이들 노동자의 처지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한계 뚜렷한 ‘대지급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은 노동자 개인의 인간적 삶을 유지하고, 가족들과 살 수 있는 소득이다.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노동자일수록 임금은 노동자 본인과 가족들이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다. 최소한의 생존 조건마저 박탈당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도 빚을 낼 수밖에 없고, 신용등급이 낮은 노동자는 다른 이들에 비해 훨씬 높은 이자율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금체불액을 임기 안에 50%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임금체불은 절도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임금체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임금체불 청산액이 90.2%에 달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임금체불 청산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을 통해서 낸 결과다. 이런 놀라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대지급금의 회수율은 30%에 불과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해 일을 시켜 놓고도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걸 정부가 혈세로 메우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방법은 있다. ‘발주자 직접지급제’를 도입하면 된다. 이 제도는 이미 국가철도공단이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다. 복잡한 하도급 관계의 건설 사업에 발주자인 국가철도공단이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주는 방법인데, 이 제도 도입 이후 임금체불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노동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임금 구분 지급 제도’도 필요하다. 임금과 장비 대여 대금 등을 구분해서 발주자인 원청이 노동자 또는 장비업체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발주자 직접 지급’ 땐 체임 사라져
지난 설 연휴 직후 ‘발주자 직접지급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L-ESG평가연구원 오희택 사무총장이 청와대 앞에서 천막도 없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2월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한민국 건설 똑바로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노·정협의체를 구성해 이 제도의 도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런 논의를 거쳐 임금체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만성적인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없게 된다. 높은 이자를 감수하며 빚을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는 만들 수 없을까. 건설업을 시작으로 제조업 등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코스피 5000 공약을 조기에 이행한 것처럼 이재명 정부가 체불임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책임 있는 정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