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의 한 장면. 배우 염혜란. 디스테이션 제공
부지런하고 계획적인 삶, ‘갓생’(God+生)이 각광받는 시대다. 성공을 향해 노력하는 삶은 언뜻 멋져 보이지만, 완벽함에 대한 집착으로 변해 나와 다른 사람을 갉아먹기도 한다. 4일 개봉하는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는 잠시 숨을 고르고, 완벽보다 현실의 즐거움을 바라보자고 제안하는 코미디 영화다.
가상의 도시 샛별구청의 기획과장 국희(염혜란)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끈기 등을 내세워 ‘불도저’로 불린다. 육아와 일 모두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를 완벽하다 못해 ‘꽉 막혔다’고 본다. 그런 그에게 진급 기회가 찾아온다. 부구청장이 수변 공원 개발 사업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며 해임됐고, 기획팀이 이 사업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 진행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막내 주무관 연경(최성은)은 잦은 실수에 툭하면 울고, 야근을 반복하는 직원들은 지쳐간다. 수변공원 이벤트로 준비했던 예술가 이벤트는 착취 논란에 휩싸인다. 와중에 딸 해리(아린)이 엄마와 지내고 싶지 않다며 집을 떠나고, 경쟁관계인 총무과장 태식(박호산)은 개발 사업을 빼앗으려 한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던 그에게 운명적으로 플라멩코가 다가온다. 지친 그의 몸과 마음은 플라멩코를 추면서 풀려간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의 한 장면. 배우 최성은(왼쪽)과 염혜란. 디스테이션 제공
<매드 댄스 오피스>는 영화 내내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줬던 힘을 잠시 풀고 마음 가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움직여보라는 것이다. 영화속에서 이런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플라멩코’다. 흔히 ‘집시의 음악’이라고 불리는 플라멩코가 정답만을 찾으려 했던 국희의 인생에 엇박자를 놓는 과정에서 웃음이 난다. 이 영화를 위해 3개월간 플라멩코를 맹연습했다는 염혜란의 춤사위도 자연스럽다. 다만 복잡하게 얽혔던 모든 사건이 플라멩코를 통해 해결된다는 단순한 플롯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염혜란과 최성은, 투톱 주연의 성장드라마로도 읽힌다. 50대가 가까워져 온 공무원 과장, 딸뻘의 신임 주무관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티격태격하다가도 점차 가까워진다. 국희는 연경에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딸의 마음을 배우고, 소극적이었던 연경은 국희의 강한 면을 배우며 함께 성장해나간다. 두 사람은 연대를 통해 공무원 사회를 꽉 잡고 있는 남성 중심 카르텔에서 대한 반기를 든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의 한 장면. 배우 염혜란. 디스테이션 제공
첫 장편영화를 만든 조희진 감독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개봉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생 밑바닥에 떨어진 기분이 들 때, 그게 정말 밑바닥이 아니라 시작점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극본 작업을 시작했다”며 “플라멩코는 강력한 발짓으로 뭔가 부술 수 있는 춤인 만큼 국희의 단단한 세계를 부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염혜란은 기자간담회에서 “육아와 일을 동반해야만 했던 중년의 일하는 여성들이 본다면 공감할 수 있을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메드 댄스 오피스>의 한 장면. 배우 염혜란. 디스테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