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우디·카타르·UAE 등 공격 지속
키프로스 영국군 기지까지 타격 대상에
이스라엘, 헤즈볼라 거점 레바논에 공습
전문가 “이미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아”
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 남부의 두 개 동네 주민들에게 임박한 작전에 대비해 특정 건물들로부터 떨어져 있으라고 경고하는 등 레바논 내 수십 곳에 대해 새로운 대피령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 나흘째, 분쟁은 중동 지역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은 미·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대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와 키프로스의 영국군 기지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동시에 이란 대리세력 헤즈볼라를 겨냥해 베이루트를 폭격하며 전선을 레바논으로 확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개국에 걸쳐 약 3억명의 민간인이 순식간에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며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 탄도미사일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3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UAE 국방부는 전날 자국 방공망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174발 중 161발, 드론(무인기) 689대 중 654대, 순항미사일 7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 격추 과정에서 3명이 숨지고 68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커졌다.
중동 지역의 교통·금융 허브 역할을 해온 두바이의 국제공항도 이란 드론 공격으로 건물이 부서지고 직원 4명이 다치기도 했다.
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상공에 이란이 쏜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중재국 역할을 해온 카타르도 이란 공격을 받았다. 카타르 국방부는 자국 공군이 이란에서 접근 중이던 러시아제 수호이(Su)-24 전투기 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이 아닌 전투기를 보냈다는 첫 번째 보고로, 이란이 중동 지역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는 새로운 신호로 풀이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업체인 카타르에너지의 시설 두 곳을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극심한 불안정에 빠졌다. 카타르 국영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전날 이란의 드론 공격 후 LNG 생산 중단을 발표하면서 유럽 가스 가격이 하루 만에 50% 이상 폭등하는 등 LNG 가격이 폭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주 미국 대사관은 이란의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았다. 이날 사우디 외교단지 인근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임이 발생했다. 사우디 국방부는 이날 미국 대사관이 드론 두 대의 공격을 받아 “소규모 화재와 경미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UAE,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 오만,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은 1일 긴급 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국가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고 영토를 지키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선택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 대리세력 헤즈볼라 거점지인 레바논을 집중 타격하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지휘센터와 무기 저장시설을 공격했다. 전날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스라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최소 52명이 사망하고 154명이 부상했다.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의 아크로티리 기지도 이란의 자폭드론 샤헤드의 공격을 받았다. 영국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이란 공격을 받은 국가가 됐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당초 인도양 차고스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의 미군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했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 모두는 이라크에서의 실수를 기억하며,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의 공습 지점에서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 남부의 두 개 동네 주민들에게 임박한 작전에 앞서 여러 건물로부터 떨어져 있으라고 경고하는 등 레바논 내 수십 곳에 대해 새로운 대피령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중동 지역의 14개국과 팔레스타인 가자·서안지구에 있는 미국 시민들에게 즉시 출국을 권고하고 나섰다. 미국이 출국을 권고한 곳은 바레인·이집트·이란·이라크·이스라엘·요르단·쿠웨이트·레바논·오만·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아랍에미리트(UAE)·예멘과 가자·서안지구 등이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쉬라 에프론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이란 지도부와 군사 자산을 겨냥한 준 정밀 타격 작전으로 시작됐으나, 이미 거의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중동국제문제협의회(MEMQ)의 칼리드 알자베르 사무총장은 “이란의 공격은 군사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공항, 주요 기반 시설, 호텔, 주거 지역 등 민간인들이 일하고 이동하는 공간에 영향을 미쳤다”고 애틀랜틱카운슬 기고문에서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과 이란은 나흘째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란 국영 IRIB 방송 건물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테러 정권의 통신센터를 타격해 해체했다”고 밝혔다. IRIB 방송은 본부 근처에서 두 차례 폭발이 있었으나 방송국 운영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날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 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란 130개 이상 도시가 폭격당했으며 최소 555명이 사망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에서는 11명이 사망했으며, UAE에서 3명, 쿠웨이트와 바레인에서 각각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