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노태악 대법관 퇴임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임기 6년을 마무리하고 퇴임했다. 대법원은 이날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3인 체제로 운영된다. 후임 대법관 후보를 놓고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대법관 1인 공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설마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겁지만,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존경받을 때까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21일 김민기(사법연수원 26기)·박순영(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제청 후보로 추천했는데 조 대법원장은 아직 대통령에게 최종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대법관 임명 제청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은 최종 후보자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윤 부장판사와 손 부장판사 등을 우선 검토했으나, 청와대는 김 고법판사를 임명하길 원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법관 인사의 상징성 때문에 양측이 더욱 타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뒤 임명하는 첫 대법관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지만,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안전성을 중시한다는 평이다. 김 고법판사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고법판사의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도 조 대법원장에게 부담요소다. 대법관, 헌법재판관은 사법부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인데, 부부가 나란히 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법원 내부 반발이 있어서다. 사법부는 관례로 한 일가에 고위 법관직을 몰아주는 것을 피해왔다. 과거 이상훈 전 대법관이 후보로 제청되기 전 친동생인 이광범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사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전 부장판사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당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형제가 대법관에 동시 오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고 있지만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에 신중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 3법 입법에 이어 후속 입법도 예고된 상황에 법원행정처 폐지 등 정치권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관 인사는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줘 한발씩 양보하게 돼 있다”며 “(조 대법원장의) 고민이 길어질 순 있겠지만,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