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장기보유 특별공제’ 제도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주택을 장기 보유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감면해주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제)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를 팔아 100억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는데도 양도세 부담은 7억원대에 그치는 만큼 ‘똘똘한 한 채’ 쏠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와 현행 양도세 등 부과 기준을 토대로 추정한 장특공제 적용 사례를 발표했다. 사례 중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매각한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강남 고가 아파트 한 채를 10년간 보유하고 거주한 경우 장특공제를 받으면 양도차익 102억원에 부과되는 양도세가 이익의 약 7%(7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강남구 압구정현대 2차 전용면적 196.84㎡를 2015년 25억원에 취득해 지난해 127억원에 매도했다고 가정한 결과다.
이 대통령이 매각한 분당 아파트도 장특공제 80%를 적용하면 양도세가 9227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1998년 3억6000만원에 매입한 주택을 올해 29억원에 매도했다면 세전 양도차익이 25억4000만원인데, 양도세를 제하고도 이익이 24억4000만원에 달한다. 만약 장특공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세액은 6억원으로 올라가고, 세후 양도소득은 19억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경실련은 “시세차익을 거둔 것은 대통령 잘못이 아니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며 “막대한 시세차익 문제를 정책 결정권자들이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아파트 한 채를 15년간 보유하며 거주한 경우와 같은 기간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6채를 보유하며 5채는 투자용으로 세를 놓은 경우를 비교할 때도 강남 아파트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압구정현대 3차 전용면적 82.5㎡를 2010년 12억5000만원에 취득해 지난해 55억원에 팔았다면 장특공제 80%를 적용받아 양도세로 2억4000만원을 내고 40억1000만원이 남는다.
반면 같은 금액인 12억5000만원으로 전세를 끼고 부산 해운대구 대우마리나1 전용면적 84㎡ 6채를 20억4000만원에 매입했다가 39억6000만원에 매도했다고 가정하면 총 세금이 7억9000만원, 세후 양도소득은 23억8000만원이다.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정효진 기자
강남 실거주 1채 장기보유가 갭투자까지 벌인 부산 6채 보유보다 양도소득이 16억3000만원 많았던 셈이다.
양도세 장특공제는 1988년 최초 도입 때는 최대 공제율이 30%였다. 2005년 실수요자 보호 목적으로 공제율이 45%까지 상향됐고, 2008년 부동산 침체 완화 목적으로 다시 80%(20년 이상 보유)까지 높아졌다. 2020년부터는 10년 보유, 10년 거주 시 최대 공제율이 80%로 유지됐다.
장특공제는 양도세뿐만 아니라 종부세에도 적용된다. 1가구 1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50%까지 공제율이 높아진다. 양도세와 마찬가지로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12억원까지 기본 공제도 적용된다.
경실련은 “그동안 정부가 다주택 보유가 집값 상승 원인이라는 진단하에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한 결과 조세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똘똘한 한 채’ 쏠림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며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월 엑스에서 “주거 목적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간 보유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깎아주는 건 이상해 보인다”라며 장특공제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