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국회가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입법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국회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해달라”고 밝혔다. 그간 “국민 기본권이 오히려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조 대법원장이 원론적으로나마 처음으로 수용의 뜻을 밝힌 것이다. 사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국회가 입법을 강행하자 세부 내용이라도 조율하는 쪽으로 선회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사법개혁 3법에 대해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은 동의를 얻어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사법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과한 사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 왜곡죄,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대법관 대폭 증원 등으로 사법부가 큰 변화를 앞둔 만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해왔듯, 대법원이 할 수 있는 내용을 (정부에) 전달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개혁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완곡히 요청한 것으로도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다만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법관들이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계속 개선·시정해 나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개혁 추진 이유로 지목되는 사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관련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사법개혁을 하는 이유가 국민의 낮은 신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근래 세계 여러 나라, 심지어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와의 교류와 협력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 조사 결과 미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35%인 반면 한국은 47%를 기록했다는 점을 들었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각국 사법부 평가에서도 한국이 민사 재판 분야에서 항상 최상위권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수치에 만족한다는 게 아니라, 어떤 제도를 평가할 때는 객관적으로 좋은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 부족한 점이 뭔지 찾고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경우엔 사법부 법관이 2만명이 넘는데, 우리는 3000명 남짓한 법관으로 불철주야 노력해서 세계에서 평가받고 있다”며 “우리 제도를 너무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법관들의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조 대법원장이 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사법부 공격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모두 처음이다. 사법개혁을 사법부가 자초했다는 이른바 책임론을 반박하면서 사법개혁안 시행 이후 실제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법관 증원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판사는 “이미 입법이 된 상태이니 원론적으로 국회 권한을 존중한다고 말한 것 같다”면서도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해 더 검토하고 반영해나가겠다는 뜻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지금의 상황은 결국 정부와 사법부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더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야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김상환 헌재소장 주재로 재판관 9인 모두 참여한 회의를 열었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사건 처리에 대한 사항 전반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