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증원법·재판소원법·법왜곡죄 도입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3일 “국회 입법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사법부는 헌법이 부과한 사항을 다 챙기겠다”며 “갑작스러운 개혁과 변혁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회가 법을 제정한 현실을 받아들이되,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3법 처리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항의 표시로 사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달리 대응할 방안도 없을 것이다. 3법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논의도 중요하다. 예컨대 대법관 증원이 하급심 사건 적체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1·2심을 담당할 법관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법왜곡죄가 판검사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법 왜곡’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재판소원 요건을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 이 논의 과정에 사법부가 대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그러자면 법이 제정된 현실을 일단 인정해야 한다. 찬반양론이 있는 법들이니만큼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완곡하게 요청한 것도 그 자체를 탓할 건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국민적 사법 불신에 대한 조 대법원장 인식이다. 그는 “일각에서 사법개혁을 하는 이유가 국민의 낮은 신뢰 때문이라고 한다”면서 “세계은행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민사재판 제도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했다”고 했다. 객관적 지표를 보면 사법 불신은 근거가 없다는 식이다. 모두 알다시피 근래 사법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1차적 책임은 ‘조희대 사법부’에 있다. 대법원은 대선에 개입하려 했고, 적지 않은 판사들이 12·3 내란 단죄와는 거리가 먼 재판 진행·판결·결정으로 국민 속을 태웠다. 그런데도 조 대법원장은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고 객관적 지표 운운하며 사법부를 믿지 못하는 국민을 무지몽매한 대중 취급한다. 이런 식이니 사법개혁 여론이 들끓고, 여당이 사법부 목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여태 제청하지 않고 있다. 후임 후보자를 두고 이 대통령과 견해 차이가 있다고 한다.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 뜻을 존중해 후보자를 제청해온 관행을 따르면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 재판 지연 해소를 강조해온 조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아 대법관 공석 사태를 초래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조 대법원장은 후임 후보자를 속히 제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