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던 한국 경제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이라는 돌발 악재에 봉착했다. 금융시장에선 주가 6000선이 무너지고 환율이 폭등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실물경제와 민생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당국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기업 및 금융계와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선 투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7.24% 내린 5791.91에 장을 마쳤다. 하루 낙폭(452.22포인트)으로 역대 최대이고, 장중엔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까지 발동됐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인한 달러 강세 흐름에, 외국인들이 주식을 5조원어치 넘게 팔아치우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6.4원 오른 1466.1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1469.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중동 지역에 전운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불안 요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들고나오면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82.37달러로 13% 급등했고, 천연가스는 40% 올랐다. 국제유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소비와 내수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애초 전망보다 0.3%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쟁의 장기화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확전 일로다. 이란의 ‘대리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가세하고,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공격했다. 공습과 미사일 공격이 격화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산유국으로까지 급격히 번지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원유 수입 차질에 대비해 비축량을 점검하고, 수입국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환율과 유가 상승이 과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는 일도 긴요하다. 중동 지역 수출입 기업과 관련 협력업체 가운데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엔 자금 지원 등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 있거나 인근을 운항 중인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도 40척에 이른다. 이들 선박에 대한 안전 조치도 필요하다. 과도한 공포도, 조기에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도 금물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냉철한 자세로 선제적·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3일 코스피 지수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다. 성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