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 국회의원, 지자체장들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막기 위한 광역단체 행정통합이 정쟁의 늪에 빠져 진통을 겪고 있다. 논의 테이블에 같이 올랐지만 지난 1일 광주·전남만 통합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게 됐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은 여야의 입장차 속에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까지도 본회의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광역단체 행정통합이 분권·균형발전이라는 대의는 뒷전이고,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쟁 의제로 전락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현재 권역별 속도차와 여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민주당은 “시도지사·의회가 단일한 의견을 낸 광주·전남과 달리 대구·경북은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법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뒤늦게 통합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이 대구·경북만 유독 절차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건 ‘TK 홀대론’ 때문”이라며 4일 대구·경북 통합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대전·충남은 상황이 더 꼬였다. 국민의힘은 “재정 이양이 미흡한 반쪽짜리”라며 반대하고, 민주당은 “일단 통합부터 하고 추가 특례는 보완하자”고 맞서며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갈등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은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의 통합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연계론을 펴고 있다. 필리버스터까지 중단하면서 당세가 센 대구·경북 통합에만 사활을 거는 국민의힘은 대전·충남엔 ‘졸속 통합’ 프레임을 씌워 제동을 걸고 있다. 캐스팅보트 지역인 대전·충남의 통합 에너지가 여권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발목잡기라는 의구심이 든다.
행정체계 대혁신은 단번에 완성될 수 없다. 여야가 이해관계를 앞세워 시간만 끄는 사이 지역의 생존권과 주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대구·경북 통합을 절차 문제로 미뤄선 안 되고, 국민의힘도 ‘재정 미흡’을 볼모로 대전·충남 지역민의 염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일단 통합지자체라는 법적 지위를 확보한 뒤 시행령이나 추가 개정안을 통해 재정·권한의 이양 비율을 높여가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의 물꼬를 트려면 ‘선(先) 통합, 후(後) 보완’이라는 큰 틀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