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오른쪽).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 때 영국군 기지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거듭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 두 정부 간 균열이 커지고 모양새다.
3일(현지시간) 영국 대중지 더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인터뷰에서 “(미영 관계는) 역대 가장 견고한 관계였다”며 “이제 우리는 유럽 다른 국가들과 아주 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더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가장 굳건하다고 믿었던 미·영간 ‘특별한 관계’가 이토록 큰 위험에 처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으며, 그가 높이 평가한 다른 국가는 프랑스와 독일이라고 전했다. ‘특별한 관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윈스턴 처칠이 혈맹과도 같은 양국 관계를 지칭한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스타머 총리를 향해 “그는 썩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그럴 걸 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영국에서 그런 걸 보리라고는 정말 몰랐다. 관계가 분명히 예전 같지 않다는 데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이란 공습 이전부터 미국은 차고스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 기지, 글로스터셔 페어퍼드 공군기지를 사용하기를 바랐지만 스타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을 들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반격에 대한 방어 작전에는 전투기를 띄웠고, 이란 미사일 발사 원점에 대한 ‘방어적’ 작전에 영국군 기지를 내주기로 했다. 미국의 이란 선제공격에는 반대하고, 이란이 중동 다른 지역에 보복 공습하는 것에만 대응한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2일 하원에서도 “우리 정부는 상공으로부터(공습을 통한)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선제 공습에 영국군 기지를 내주지 않은 결정과 관련해서는 “우리 모두 이라크전의 실수를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토니 블레어 정부는 최우방국과 동맹 관계, 국제법상 정당성, 당내·국내 반대 여론 사이에서 큰 갈등을 겪은 끝에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했었다.
스타머 총리는 그간 중도화 전략으로 진보층 지지 기반이 크게 흔들려 위기를 맞은 가운데 취임 후 최대 성과로 꼽히는 트럼프 정부와 원만한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딜레마 속에서 이 같은 선택을 내렸다. BBC 방송은 일단 노동당 하원의원들은 전반적으로 스타머 총리의 판단에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스타머 총리는 좌우 양쪽의 비판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제1야당 보수당과 우익 영국개혁당은 정부가 미국·이스라엘을 훨씬 더 명시적으로 지원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3일 영국 성인 4132명을 대상으로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물은 결과 49%가 반대하고 28%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영국 공군기지를 사용해 이란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도록 허용한 영국 정부의 결정에 대한 질문에도 50%가 반대, 32%가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