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국적선 40척…승조원 중 한국인 수백명 추정
남은 식량 한 달치 불과한 선박도…노조 “정부, 가이드라인 마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에 포탄이 떨어지고 있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승조원도 있습니다.” 박상익 SK해운 노조 본부장은 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현재 중동에 있는 조합원들이 밤에 포격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과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되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머물고 있는 한국 국적선 승조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향해 공격을 감행할 것을 밝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3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머물러 있는 한국 국적선은 40척이다. 국내외 선박에 탑승한 한국 국적 승조원은 최소 수백명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1위 해운사 HMM의 컨테이너선 1척과 유조선 2척도 호르무즈 해협에 머무르고 있다. 에이치라인해운 선박 3척은 이달 말 안에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해진 항로에 따르면 해협을 지날 수밖에 없는 데다 정부의 지침도 없기 때문이다.
승조원들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전정근 HMM 노조 위원장은 “며칠 전만 해도 포격 잔해로 항구가 엉망이 됐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들었다”면서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원래 ‘쿵쿵’ 소리가 나는데 군사적 마찰 이후로 승조원들은 유사한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두영 SK해운연합 노조 위원장은 “다른 나라 선박이 공격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하는 승조원이 많다”며 “해적 등 해상 위협을 이겨냈던 베테랑 승조원들도 이번 건은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승조원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지침을 전달하지 않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격해올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대피 지역에 대한 설명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권기흥 에이치라인해운 노조 위원장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고 있는 선박에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당장 9일에 선박 1척이 해협 인근에 진입하는데 그 전에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식량 부족 사태 등도 발생할 수 있다. 대형 선박은 통상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식량이 구비돼 있지만, 이미 오랜 기간 운항한 선박은 자칫 한정된 식량과 식수로 버텨야 할 수 있다. 박 본부장은 “현재 남은 식량으로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도 있다”며 “우리 선박이 타격 대상이 되지 않는 지역으로 강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범 해수부 차관은 “승조원과 선박의 안전 확보에 중점을 두고 비상대응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선박과 승조원 안전 관리, 지원 방안 강구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