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와 우정 ‘시티트리클럽’
동 선택해 배정받아 상태 기록
심한 가지치기·베어내기 막아
1인당 5그루까지 ‘돌보는 문화’
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월드컵시장을 가로질러 내려와 차도를 만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자전거도로와 인도 사이에 심어진 가로수를 지나치며 나무가 몇그루인지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내 나무다!’ 최근 공개된 가로수 기록 플랫폼 ‘시티트리클럽’을 통해 배정받은 기자의 나무를 만났다.
서울환경연합은 도심 속 가로수를 시민이 직접 기록하는 플랫폼인 ‘시티트리클럽’을 시범 운영 끝에 지난 1일 공개했다. 시티트리클럽은 가로수를 배정받은 후 이름을 짓고 나무 상태를 기록하는 지도 기반의 커뮤니티 플랫폼(사진)이다.
시티트리클럽 페이지에서 가입하고 나면 가로수를 배정받을 동을 선택할 수 있다. 망원동을 선택했더니 서 있던 곳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배정됐다. 직접 나무 앞으로 가서 기록을 시작했다.
먼저 나무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겨울이라 잎의 모양으로 나무 종류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수종 선택 가이드’에 첨부된 사진을 보고 줄기 모양으로 어렵지 않게 ‘은행나무’를 고를 수 있었다. 가로수는 수종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나무를 잘 알지 않아도 기록이 가능해 보였다.
수종을 선택한 후에는 애칭을 짓고, 상태를 기록할 수 있다. 기자의 성을 따서 ‘오은행’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뒤 나무의 건강 상태를 기록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심겼는지, 가지치기가 과도하게 돼 있지는 않은지, 줄기에 상처가 있거나 줄이 감겨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봤다. 오은행은 별다른 상처는 없었지만 기둥 옆에 쓰레기봉투가 놓여 있어서 ‘쓰레기나 담배꽁초 등이 있다’고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뒀다. 줄자를 챙기지 못해 나무 둘레는 별도로 기록하지 않았다. 망원동에는 기자가 배정받은 오은행 외에도 ‘삐뚤이’ ‘꽃다지’ 같은 양버즘나무와 ‘희망’ ‘둥실’ ‘덩실’ 같은 은행나무들이 시민들과 관계 맺고 있었다. 나무는 1인당 최대 다섯 그루까지 배정받을 수 있고, 등록된 나무에는 서로 댓글을 달 수도 있다. 평소 눈여겨보는 나무를 ‘관심나무’로 등록해 업데이트된 소식을 받아볼 수도 있다.
이 플랫폼은 봄철에 과도하게 가지치기가 되거나 함부로 베어지는 사례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가로수는 도시의 작은 숲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간 비용이나 민원을 이유로 함부로 베거나 자르는 관리 방식이 만연했다”며 “시티트리클럽은 시민이 가로수를 일상적으로 살피고 돌보는 문화를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월부터 두 달 동안 시티트리클럽을 시범운영해 시민 750명에게 나무 1151그루를 배정했다. 이 단체는 현재 서울에 국한된 서비스 지역을 향후 가로수 공간 정보가 있는 다른 지자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