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일본과 함께 아시아의 차원을 넘어섰다는 자부심은 사라지고, ‘뻥축구’로 외면받았던 한국 축구를 다시 보고 있다. 히딩크에서 벤투로 연결되는 한국 축구의 부흥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히딩크는 후반만 가면 체력이 고갈돼 스스로 무너지던 한국 축구를 바꿔놓았다. 힘으로 유럽 선수를 이길 수 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기본 체력 훈련으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다.
히딩크의 DNA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강한 잠재력이다. 현대 축구의 속성은 공간의 지배이고, 이는 게임의 성격인 ‘땅따먹기’와 유사하다. 공간을 지배하는 한국 축구를 만들어낸 이는 벤투다. 그는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고, 그때 한국 축구는 ‘뻥축구’가 아닌 선수들의 티키타카 전술로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현대 축구는 공간을 좁게 가져가며, 공격과 수비의 연속된 교차와 반복으로 공간을 파고드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는 왜 퇴보하고 있을까? 선수들의 능력이 그때에 비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등이 있고 이강인, 오현규, 배준호 등 신진 세대들도 유럽을 누비고 있다. 많은 사람은 한국 축구의 퇴보를, 실력이 아닌 명성이나 학력 카르텔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축구는 선수들 하나하나의 기량이 중요하다. 그래서 돈이 많은 구단은 돈을 많이 써서 포지션별로 비싼 선수를 영입한다. 하지만 그 팀이 내는 성적은 일정하지 않다. 몸값이 비싼 슈퍼스타로 팀을 구성하기보다, 경기마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골라 궁합이 잘 맞는 선수들로 팀을 꾸려야 한다. 감독은 상황에 따라, 포메이션 변화를 줘야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투자는 축구와 비슷하다. 축구 구단은 돈으로 선수를 영입해 팀을 구성하고, 경기에 이겨 승점을 올려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다. 상대가 거세게 몰아붙이면 수비 벽을 두껍게 하고, 공간이 비어 있으면 치고 들어가면 된다. 투자 또한 돈으로 좋은 기업을 찾아낸 뒤 구입하고, 주가가 오르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수비수도 골을 넣을 수 있고, 공격수도 수비할 수 있듯이 돈을 내고 산 선수나 주식은 점수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선수(주식)만큼 중요한 것이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가치보다 성장을 우선할 때도 있고, 규모가 우선인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시기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 상황에 따라 전략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후반 30분이 지났는데, 4 대 0으로 이기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경기도 있을 수 있고, 이미 이긴 경기를 지키기 위해 득점보다 실점을 막는 포메이션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하지만 2 대 1로 박빙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면 전략은 달라진다. 좀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 공격을 몰아붙일 것이다.
지금 투자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부터 반도체와 금융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들고 온 투자자라면(4 대 0), 방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핵심 주식으로 추가 득점을 노리되, 나머지는 실점을 막기 위해 현금 또는 방어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반면 2026년 2월에서야 공격적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2 대 1)는 여전히 반도체 핵심 종목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축구 경기에서 추가 득점이 없다면 상대방의 공세에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축구와 달리 심판이 경기 종료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투자의 완급조절을 통해 구간별로 승점을 쌓아가야 한다. 이번 상승장의 시간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전반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축구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화려한 골만이 아니다. 라인 관리, 공수 전환 시의 즉각적 반응, 적절한 교체 전술, 그리고 심리적 압박감 같은 ‘보이지 않는 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투자도 다르지 않다. 경기에 이기고 있을 때, 시장 수익률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을 때의 행동은 방어적 투자다.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확실성이 지배하는 시기는 변화의 순간이 되곤 한다. 전체적인 위험을 제한해야 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윤지호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