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배달라이더가 교차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은 ‘유리지갑’ 신세라 세금을 더 낸다는 통념과 달리, 같은 소득이면 근로소득자보다 사업소득자의 세 부담이 더 크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연 소득 5000만원을 기준으로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사업소득자가 근로소득자보다 2배 이상 높은 실효세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성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수추계센터장은 3일 재정경제부와 조세재정연구원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공동으로 연 ‘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조세정책의 변천과 발전 방향: 소득세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권 센터장이 2021년 소득세제를 기준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세 부담을 모의실험한 결과, 모든 과세표준에서 종합소득세(사업소득 포함)의 실효세율이 근로소득세보다 더 높았다.
구체적으로 연간 1000만원 이하를 버는 사업소득자의 실효세율은 근로소득자보다 1.9%포인트 높았다.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는 2.7%포인트, 2000만원 초과~3000만원 이하는 3.2%, 3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는 3.5~4.1%포인트 높았다. 실효세율 격차는 1억원 초과~2억원 이하 고소득 구간에서 5.1%포인트로 정점을 찍었다가 2억원 초과부터 2.3~3.2%포인트대로 줄었다.
세금을 몇 배 더 내는가를 보여주는 ‘실효세율 배수’로 보면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연 소득 1000만원 이하의 경우 근로소득세가 사실상 면제되면서 종합소득세 실효세율이 근로소득세의 10만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는 16.8배, 2000만원 초과~3000만원 이하는 6.1배, 3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는 3.4배였다. 연 소득 4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는 2.3배였다.
흔히 ‘중산층’으로 인식되는 연 소득 5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 사업소득자가 내는 실효세율 배수는 근로소득자의 2배 안팎이었다. 5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는 1.9배, 60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는 1.8배, 7000만원 초과~2억원 이하는 1.4~1.6배였다. 2억원 초과는 1.1배 수준이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사업소득자의 실효세율 배수가 근로소득자보다 높았다. 저소득층 근로소득자 3명 중 1명은 근로소득세 면세자이지만, 사업소득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무늬만 사업소득자’이면서 중·저소득자가 많은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와 일반 근로소득자 간 세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권 센터장은 각종 소득공제·세액공제 제도가 자영업자 등 사업소득자보다 근로소득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마련저축, 신용카드·의료비·교육비·기부금 등 주요 공제제도는 근로소득자에게만 적용된다. 이는 과거 사업소득 신고의 불투명성을 고려해 설계된 측면이 컸다.
권 센터장은 “현재는 사업소득에서도 사업소득 투명성 제고 정책 등으로 과세표준 현실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만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간 공제 형평성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금융투자소득, 가상자산에 대한 합리적 소득세 부과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