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기업 자율성·국제법 등 지켜야”
방위비 증액·마두로 축출 등에 꾸준히 ‘이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면 중단 위협’에 국제법을 준수하라며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압박은 미국의 ‘이란 공습’에 스페인이 보조를 맞추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이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린란드 영토 야욕에 이어 이란과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또다시 유럽 동맹국과 충돌하는 모습이다.
스페인 정부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이 민간 기업의 자율성과 국제법, 미·유럽연합(EU)간 무역 합의 등을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스페인은 미국의 무역 금수 조치에 따른 충격을 제한하고 영향받는 부문을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서도 파트너들과 자유무역 및 경제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또한 자국이 나토와 유럽 방위를 위한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스콧(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스페인과 모든 거래를 끊으라고 했다”며 자신에게 모든 스페인산 상품에 금수 조치를 내릴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에 스페인에 대한 제재 조치 검토를 지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은 끔찍하다”면서 스페인이 미국의 이란 공격에 스페인 군기지 사용을 불허한 점, 그리고 스페인이 국내총생산(GDP)의 5%로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약속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정부는 이란 상대 공격에 나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카디스의 로타 해군기지와 세비야의 모론 공군기지 사용을 막았다. 이들 기지는 스페인에서 대서양 동맹 관계의 상징적 역할을 해온 곳이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지난 2일 기지 사용을 위해 미국과 체결한 협정은 국제법 틀 안에서의 작전에 국한해 허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좌파 성향의 산체스 정부는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 왔다. 이스라엘로 무기를 운송하는 선박의 스페인 입항을 거부했고, 유럽 자력 방위를 요구하며 GDP 5%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나토가 순응할 때도 끝까지 반대 의견을 냈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에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 원칙에 따른 행동’을 촉구했다.
유럽 전문 매체 유락티브는 이를 두고 산체스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결함으로써 통해 국내 좌파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산체스 총리 소속 정당인 사회당 지지층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군사 주둔과 국방비 증액 요구에 반대해 왔다. 보수 성향 야권은 이를 ‘고립주의’로 비난하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산체스 총리와 소속 정당이 “스페인 국내에서 부패 스캔들과 지방선거 참패로 곤경에 처해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다. 반면 외교 분야에서는 훨씬 자유롭게 행동하며 트럼프주의에 맞서는 보루로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스페인 국민의 호응을 얻는 데 효과적”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