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막대하지만 ‘좋은 소식’만 전달
일부 직원들은 튀르키예 매체로 이직
정부 관계자와의 밀월 구축에는 성공
CGTN 아프리카판 캡처
중국이 개발도상국과 협력 각서를 체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항목이 ‘미디어 협력’이다. 중국은 특히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에 자국 관영매체 지국을 세우고 수백 명을 고용하는 등 막대한 미디어 투자를 해 왔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중국계 미디어 시청률은 낮은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자국 목소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신화통신 해외 특파원을 각지에 파견하고 전 세계로 송출하는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했다. 2000년대 중반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고 특히 아프리카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시되면서 현지 미디어 투자도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중국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미디어 거점은 일대일로 협력국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다. 신화통신은 2006년 파리에 있던 아프리카 지국을 나이로비로 옮겼으며 중국국제방송(CRI)도 비슷한 시기 나이로비에 지국을 세웠다. 다국어 방송 CGTN은 2012년 나이로비에 제작 거점을 세웠다. 이밖에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신화통신 특파원이 파견돼 있고 라디오 방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미디어 투자는 현지 자국 미디어 지국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앵커를 비롯해 현지 인력을 수백 명 고용하고 대학이나 언론 관계 기관에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무료 교육과 연수, 세미나, 중국 미디어와의 교류 활동 등을 실시한다. 현지 미디어 배급 활동도 지원한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미디어 투자에 연간 수십억 달러를 지출한다.
다만 2022~2023년 전후 이뤄진 여러 연구와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중국계 미디어의 시청률이나 신뢰도는 높지 않다.
독일·네덜란드계 학술 전문 출판사 ‘드 그뤼터 브릴’에 실린 영국 셰필드대 대니 마드리드-모랄레스와 헤르만 바세르만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인지도 높은 CGTN조차 케냐에서는 6%, 남아공에서는 7%, 나이지리아에서는 11%만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시청한다고 답했다. 같은 시기 BBC와 CNN 시청률은 30~40%에 달했다.
소셜미디어 인기도 높지 않다. 독일 마셜펀드 연구에 따르면 CGTN 아프리카가 2023년 8월부터 10월까지 유튜브에 올린 851개의 영상은 평균 조회수가 1000회 미만, 좋아요 수는 20개였다. 대부분 서구 국가와 다자기구들이 아프리카에 미치는 영향이 해롭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정책이 아프리카를 자유와 번영의 길로 이끈다는 내용이다. 조사 전문기관 아프로바로미터에 따르면 아프리카인 10명 중 6명이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지만 미디어 인기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다만 중국과 현지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위성TV 스타타임스는 1000만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프리카의 중국계 미디어가 끊임없이 ‘좋은 소식’만 쏟아내 선전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인기가 낮은 원인으로 짚었다.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나 튀르키예의 TRT월드는 정부 소속이지만 대변인 역할을 하지 않고 뉴스룸으로 운영되며 시청자를 확보해온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목했다.
중국의 강화된 미디어 정책이 아프리카 지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CGTN 나이로비 지국은 개국 초 100명 이상의 현지 언론인을 고용하고 ‘아프리카 라이브’, ‘글로벌 비즈니스 아프리카’, ‘토크 아프리카’ 등 색다른 주제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빈곤, 기근 일색 뉴스에 질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본국 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간부들이 임명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설 모음집 기사 등을 쓰도록 지시해 많은 기자들이 TRT월드 등으로 떠났다고 통신은 전·현직 직원들을 인용해 전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대학교 연구원이자 나이로비 주재 중국 대사관 전 직원인 클리프 음보야는 “우리 세대는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정부 비판적인 기사를 원한다”며 “중국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손해”라고 말했다. 케냐,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 최근 2~3년 동안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국가의 Z세대는 스마트폰으로 해외 영상을 그대로 본다고 전해진다. 아프로바로미터 조사에 따르면 39개국 18∼35세 청년 64%가 민주주의를 최고의 통치 체제로 꼽았다. 1인 통치, 1당 통치 등에는 거부감이 높았다. 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잘못된 정부를 전복하는 것에 대한 지지도 56%로 높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엘리트층을 포섭한다는 면에서는 중국식 접근법은 성공적이다. 케냐에서는 CGTN 기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브리핑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CGTN 직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목표 시청자는 아프리카 대중이 아니라 정부”라고도 말했다. BBC월드서비스 등 서방 미디어의 아프리카 투자는 축소하는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