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영 전북지사의 12·3 비상계엄 당시 대응을 비판하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이 ‘정책 경쟁’ 대신 ‘내란 방조’ 공방으로 번지며 격랑에 휩싸였다. 공천 심사를 앞두고 후보 간 검증이 비전 대결이 아닌 ‘12·3 비상계엄’ 당시 대응을 둘러싼 프레임 충돌로 치닫자, 지역 정가에서는 “또다시 상처뿐인 경선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유력 주자였던 송하진 전 지사가 컷오프된 전례가 다시 거론된다. 당시 경선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4년 만에 특정인을 겨냥한 듯한 고강도 공세가 이어지자 당 안팎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원택 의원은 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의 12·3 비상계엄 대응은 내란 방조 행위”라며 “문서 기록은 순응을 가리키는데 해명은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 돌던 13쪽 분량의 의혹 문건과 같은 내용을 제시하며 내란 방조 정황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전북도는 지역 계엄상황실을 설치한 35사단과 협조 체계를 유지했고 이는 위헌·위법한 계엄에 순응했다는 증거”라며 “계엄 상황에서 군과 일심동체로 움직이려 했던 정황이라는 점에서 매우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12월 4일 자 도청 자료에는 ‘35사단(지역계엄사령부)과 협조체계 유지’ 문구가 적시되어 있다.
‘준예산 편성 준비’ 역시 공세의 핵심이다. 이 의원은 “준예산은 의회 의결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한 제도인데, 이를 준비했다는 것은 김 지사가 계엄포고령 제1호에 명시된 지방의회 기능 마비를 전제로 계엄에 순응하는 길을 택하려 했던 사실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청사 폐쇄 의혹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전북도가 행안부의 위법한 지시를 즉각 이행했다는 사실이 국회 제출 자료와 시·군 상황실 수신 기록, 청원 경찰들이 도청 출입문을 막고 있는 사진 등으로 증명된다”며 “그런데도 김 지사는 평상시 방호 수준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 의원의 주장을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정략적 음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내란의 밤, 전북은 그 어느 곳보다 단호하게 반대 의지를 천명했다”며 “시·도지사 중 가장 먼저 계엄 반대 입장을 밝혔고, 그 공로로 ‘민주헌정수호 특별상’까지 받은 도지사를 내란 방조로 모는 것은 도민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청사 폐쇄와 관련해 전북도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전북도는 “당시 도청 안에서는 간부회의가 열렸고, 120여 명의 공무원과 기자들이 자유롭게 청사를 드나든 출입 데이터가 객관적 자료로 남아 있다”며 “일부 청원경찰의 경계는 계엄 포고령에 따른 폐쇄 조치가 아니라 야간 시간대 통상적인 방호 수준이었다”고 소명했다.
‘35사단 계엄사령부’ 표기 논란에 대해서도 “계엄 발생 시 ‘35사단이 지역계엄사령부로 전환될 예정’이라는 군 매뉴얼상 기준을 듣고 실무진이 작성한 초안이었을 뿐”이라며 “이후 실제 사령부가 운영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즉시 수정본을 재배포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준예산 검토 역시 “지방의회 기능 마비라는 최악의 국가 비상사태를 가정한 행정적 시나리오 점검이었을 뿐, 실제 포고령 이행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현재 전북지사 경선은 현직인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이 의원 간 ‘3파전’ 구도 형성 여부가 관건이다. 후보들 간의 수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공천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비방전의 수위도 한계치를 넘나들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계엄 대응의 적절성은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낙인찍기식 공세는 경선 후유증만 키울 수 있다”며 “도민이 듣고 싶은 건 과거 공방이 아니라 전북의 미래 청사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