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준비 기자회견에서
국제정세 관련 질문 쏟아져
러우진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가운데)이 4일 제14기 전인대 개막식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러우진첸 대변인이 4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국가 간 정상외교는 미·중관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지침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인대 개막 전날인 이날 러우 대변인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지난해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양국 관계의 방향을 조율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모든 수준의 채널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의 폭을 넓혀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동시에 중국은 고유한 원칙과 마지노선을 갖고 있고, 언제나처럼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우 대변인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이란의 국가 주권, 안보 및 영토 보전은 존중돼야 한다”며 “즉각적인 군사 행동 중단, 긴장 고조 방지, 대화 및 협상 재개, 그리고 중동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러우 대변인은 “어느 나라도 국제 정세를 좌우하거나 다른 나라 운명을 결정하거나 발전의 이익을 독차지할 권리가 없으며, 세계 질서에 독단적으로 개입할 권리는 더욱 없다”며 중국은 시 주석이 제시한 세계 거버넌스 구상에 따라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인류 공동 운명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중·일관계 관련 질문에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 핵심 이익의 핵심”이라며 “중국은 일본 지도자들의 대만에 관한 잘못된 발언에 강력히 항의한다. 중국 인민은 어떠한 외부 세력도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 주권, 통일 및 영토 보전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 관해서는 “중국과 EU 사이에는 근본적 이해 충돌과 지정학적 모순이 없다”며 협력을 통해 중국과 EU 관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인대 이번 회기에서 심의 예정인 민족통일촉진법안과 관련해서는 “법안은 중화민족의 공동체 의식 강화, 중화민족 공동체 건설 촉진, 전국적인 민족 관계 조정을 중점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은 소수민족 자치구에서도 보통화(표준 중국어) 사용을 우선시하며, ‘민족 단결 파괴’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도 담겼다.
중국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2026~2030년) 동안 인공지능(AI) 분야의 독창적인 혁신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우 대변인은 AI에는 지능형 컴퓨팅, 고속 데이터 전송, 대용량 데이터 저장 능력뿐 아니라 지능형 칩, 알고리즘 모델, 빅데이터를 통합한 기술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향후 5년 간 전 가치사슬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통과된 민간경제진흥법 시행과 관련해 당과 국가의 민간경제진흥에 대한 기본 원칙과 정책은 변함없이 일관적이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부문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정오 시작한 기자회견은 한 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국제 정세를 포함해 중국 국내외 다양한 이슈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전인대 개막 전 열리는 대변인 기자회견은 전인대 진행 사항을 묻는 성격이 강했으나 국무원 총리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으면서 이를 대신하는 모양새가 됐다. 러우 대변인은 중국 정부의 원론적 입장에 따라 답했다.
중국 전인대에서는 1993년부터 양회 기간 중국 서열 2인자인 국무원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정례화됐으나 2024년부터 중단됐다.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 따른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