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전 함동참모의장(오른쪽)이 지난해 1월14일 국회 국방위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 박민규 선임기자
12·3 내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이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전직 군 수뇌부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지 주목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단 이유로 앞서 내란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12·3 내란을 막을 수 있는 직책을 맡고 있었던 만큼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부작위가 인정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종합특검은 김 전 의장 등 군 병력을 통제할 수 있었던 군 수뇌부들의 계엄 당시 행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시가 아닌 상황에 군 작전 통제권(군령권)을 갖는 김 전 의장은 12·3 내란 당시 군 병력 출동을 지시하거나 준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조은석 내란 특검은 계엄 선포 구실로 지목된 북한 무인기 작전을 김 전 의장이 도중에 인지하고도 별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그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했으나 단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장이 비상계엄 선포에도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은 점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김 전 의장은 계엄 선포 이후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합참 전투 통제실에서 군이 국회를 장악하는 과정 등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를 근거로 김 전 의장이 군령권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려 내란이 실행되도록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법원은 한덕수 전 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하면서 부작위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 등과 계엄을 미리 공모하진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의사를 밝힌 국무회의에서 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막으려는 행위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범죄는 결과 발생을 방지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해서도 실현될 수 있다”며 “피고인(한 전 총리)은 국무회의 부의장 및 국무총리에게 부여된 법적 작위의무 등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윤석열 등의 내란 행위에서 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판시했다.
내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도 군형법으로 군 수뇌부의 부작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군형법 93조는 ‘부하가 다수 공동하여 죄를 범함을 알고도 그 진정을 위하여 필요한 방법을 다하지 아니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계엄에 가담한 사령관들을 뒤늦게라도 제지하지 않은 것은 군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장 외 당시 군 수뇌부에게도 이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은 합참차장이던 2024년 7월 윤 전 대통령이 군을 통해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려 한다는 사실을 감지하고도 이를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한 것 외에 별다른 반대 행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계엄 직전 군 전방부대를 통솔하는 지상작전사령관에 임명됐다.
정진팔 전 합참차장은 계엄 선포 이후 계엄사 부사령관으로 임명된 뒤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이 계엄사를 꾸리는 데 도움을 준 혐의로 국방부 내부 조사를 거쳐 파면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지난 검찰·특검 수사에서는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