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적 노동자, 지난해 11월 입국
“방 3개 폐가 수준 집에서 15명이 생활”
감시·협박 등 의혹도···업주 측은 부인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전남 고흥군청 앞에서 계절이주노동자 노동력 착취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전남 고흥군의 한 굴양식장에서 계절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착취 및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필리핀 국적 여성 A씨(28) 지난해 11월 어업 계절노동(E-8) 비자로 입국해 굴양식장에 배치됐다.
A씨는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나 하루 12시간 넘게 굴 껍데기를 깠다. 근로계약서상 월급은 209만원이었지만 A씨가 첫 달에 받은 임금은 숙식비(31만원)를 제외한 23만5671원에 불과했다.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적용한 시급 대신 ‘1kg당 3000원’의 깐 굴 무게로 임금을 책정한 탓이다.
이후 A씨는 숙련도가 올라 숙식비 포함 월 130만~140만원의 임금을 받았지만, 여전히 근로계약서상 월급에는 크게 못미쳤다. 숙식 시설은 내는 돈에 비해 열악했다고 A씨는 주장 중이다. 방이 3개 딸린 폐가 수준의 주택에서 노동자 15명이 함께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감시와 협박 등 인권침해 의혹도 제기됐다. 노동자들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필리핀으로 쫓아내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 A씨는 “쉬는 날에도 인근 유자 농장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했다”고 말했다.
노동자 관리감독 권한이 없는 불법 브로커들은 숙소에 CCTV를 설치해 A씨 등을 감시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사업주와 브로커 등 6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광주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고소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정부는 지자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며 이주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빼앗긴 권리와 인간다운 존엄을 되찾을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주 측은 착취 의혹 등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흥군에 따르면 사업주는 “동네 할머니들이 굴을 까고 하루 25만~30만원씩 벌어가는 것을 본 노동자들이 먼저 수당제를 요구했다”며 “1kg당 단가도 3000원이 아닌 7000원으로 책정해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군청 관계자는 “지난주 피해자 측의 방문으로 사태를 인지한 직후 자체 조사를 벌여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결과를 보고했다”며 “법무부가 5일 현지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