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 마감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돼 있다. 성동훈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장기화 우려에 국내 증시가 4일 사상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하루 12.06%, 코스닥 지수는 14% 폭락하면서 각각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 1년 7개월 만에 모든 종목의 매매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야간거래에서 장중 한때 1500원을 웃돌았다. 향후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만에 1150포인트가량 떨어지며 ‘오천피’도 위태로워졌다. 이날 일일 하락률은 역대 최악이었던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2일(-12.02%)을 넘어섰다. 코스피 낙폭 역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이틀 새 낙폭은 1150.59포인트에 달한다.
코스피는 이날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로 거래를 시작한 뒤 낙폭을 키웠고, 오전 9시6분 전날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 2거래일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이후 6년 만이다. 매도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도를 5분간 정지해 변동성을 완화하는 조치로, 코스피200 선물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오전 11시19분 서킷 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는 코스피가 전날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유가증권시장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이번이 역대 7번째이며 2024년 8월5일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더 키우며 장중 한때 12.65%까지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440조원 넘게 증발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보다 27.61% 급등한 80.37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처음 발표된 2009년 4월13일 이후 사상 최고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588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으나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97억원, 237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 5조원 넘게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날 ‘사자’로 돌아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불과 13개에 그쳤다. 삼성전자(-11.74%), SK하이닉스(-9.58%), 현대차(-15.80%) 등 그간 코스피 상승세를 이끈 대형주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이틀간 20.46% 하락해 17만2200원까지 밀렸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59.26포인트(14%) 내린 978.4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9·11 테러와 닷컴버블 당시 일일 하락률을 넘어서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20일(1478.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이날 야간거래에선 장중 한때 1500원을 웃돌기도 했다.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냈다. 한국은행은 이날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 뒤 “시장 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필요 시 정부와 협조해 적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전장 대비 3.61% 하락 마감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4.35% 급락했다.